세계 내로라하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앞다퉈 한국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가 인구 5000만여명에 불과한 국가에서 구독자를 늘리려는 것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먹히는 ‘K-콘텐츠’를 보다 원활히 수급하기 위한 통로 확보 목적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8일 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아컴CBS는 OTT ‘파라마운트+’를 내달 한국에서 아시아 지역 첫 서비스를 시작한다.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 내 전용관에서 독점 서비스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바이아컴CBS는 지상파 방송사 CBS를 비롯해 쇼타임, 파라마운트픽처스, MTV, 파라마운트+ 등을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 미디어 그룹이다.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디즈니+, 애플TV+가 가세했으며 올해는 파라마운트+까지 참전하는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OTT 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2 오징어 게임을 찾아라…세계에서 먹히는 K-콘텐츠
글로벌 OTT 기업들이 인구도 더 많고, 경쟁도 덜한 일본, 중국, 인도 등을 제치고 한국행에 더욱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국 스토리와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히는 킬러 콘텐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지역 서비스 거점을 통해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K콘텐츠를 적극 발굴, 수급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 9부작 드라마는 지난해 9월 17일 공개되자마자 전세계 83개국 1위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구가했다. 넷플릭스가 큰 재미를 본 K-콘텐츠들은 킹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등 다양하다.
애플TV+도 재일조선인 가정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파친코’라는 작품을 지난 3월 25일 공개해 전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파친코 회당 제작비는 영국 왕실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의 콧대 높은 애플이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은 K-스토리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 등 빈부격차, 양극화, 가족, 인류 평화 등 한국적 소재에 담긴 보편적인 메시지가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OTT업계에서 K-콘텐츠는 가성비까지 우수해 선점할수록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는 국내에서는 큰 액수에 속하지만 미국 영화 및 드라마와 비교해서는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K-콘텐츠 확보 경쟁에 국내 콘텐츠 업계 훈풍 예고
‘제2의 오징어게임’을 찾으려는 글로벌 OTT들의 K-콘텐츠 확보 경쟁으로 콘텐츠 업계에는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9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 진출 첫해였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콘텐츠에 누적으로 약 1조32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매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내달 한국 서비스에 나서는 파라마운트는 지난해 12월 CJ ENM과 콘텐츠 제작·투자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향후 양사는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한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콘텐츠 공룡 디즈니가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한 OTT 디즈니+는 올해 최소 12개의 오리지널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디즈니+가 내년까지 한국 콘텐츠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50개 이상의 로컬 콘텐츠 및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한국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드라마는 향후 넷플릭스의 성장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며 디즈니+도 올 2분기부터 한국 드라마 제작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넷플릭스 기다려; 디즈니, 330억달러 쏟아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