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잠정 중단 상태에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정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22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측 협상을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벨라루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로서는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최고위급을 포함해 회담 자체를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 “(회담의) 공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회담이 중단된 것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계획이었다”고 협정 중단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종료를 위한 평화협정을 간헐적으로 이어왔다. 3월29일 터키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5차 협정이 무산된 이후에는 양국은 좀처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않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측 협상을 이끌고 있는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대화를 계속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세히 보기
이러한 러시아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부라도 자국의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는 조건의 휴전 협정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도 트위터에 “러시아에 대한 양보는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라 러시아 군의 더 크고 잔인한 공세로 이어질 것일 뿐”이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BBC는 보도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측 입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점령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기존 장악한 동남부 지역 외에 서쪽으로 점령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흘러나온 러시아 측의 협정 제안은 영토 분할 거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의회 방문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며 영토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다 대통령은 개전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직접 방문해 실시한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1㎝라도 러시아에 내줘서는 안된다”며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유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서방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 조건의 러시아와의 휴전협상 타협론이 제기된 직후 나왔다.
이탈리아 신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2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러시아의 요구안에 따라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평화계획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