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집권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후보인 구스타보 페트로(62)가 당선됐다.
결선투표 개표가 97%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페트로 후보는 50.57%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경쟁자인 기업인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77) 후보의 득표율은 47.16%다.
페트로는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오는 8월 취임하게 된다.
콜롬비아 대선은 양극화 심화로 인한 불평등 확대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 증가 속에 치러졌다. 콜롬비아에선 40%에 달하는빈곤율과 11%의 실업률 등으로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사상 최초로 기득권 우파 후보가 결선에 오르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기득권층에 쌓여온 반감이 작용한 결과가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페트로 후보는 급진적인 개혁을, 에르난데스 후보는 온건한 개혁을 내세웠다. 우파 기득권층은 결선을 앞두고 에르난데스 후보를 지지했다.
페트로는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 몸담은 경제학자다. 1980년대 게릴라 조직이던 M-19가 1990년대 민주동맹 정당으로 전환되면서 중앙 정치인으로 활동, 수도 보고타 시장 등을 거쳐 상원의원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 연금 및 세금 개혁, 석탄·석유산업 축소 등 에너지 전환, 부자 증세, 사회 프로그램 확장 등을 약속하며 대대적을 변화를 꾀했다. .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첫 도전에선 9%를 얻어 4위에 그쳤고, 직전 2018년 대선에선 결선까지 올랐다. 당시 결선에선 이반 두케 현 대통령에 12%포인트 차이로 졌다.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린 부동산 재벌 에르난데스 후보는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1차 투표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으나,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페트로의 러닝메이트는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로 콜롬비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의 타이틀을 갖게 됐다.
이번 페트로의 승리로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확연히 왼쪽으로 기울게 됐다.
2018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좌파 정부가 출범한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칠레, 온두라스 등에서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었다.
오는 10월 치러질 브라질 대선에서도 ‘남미 좌파 대부’인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중·남미 경제규모 상위 6개국에 처음으로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관계 재편도 주목된다. 수십 년 동안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었으며, 이 지역 안보 정책의 초석을 형성해 왔다.
페트로는 선거 운동 기간 마약에 관한 중요한 협력을 포함해 베네수엘라, 무역 등의 관계를 재평가하겠다고 공헌했다.
페트로는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며, 특히 아마존의 급속한 침식을 막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