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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그게 사는 것 아닌가…’어느 날의 나’

2022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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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사진=현대문학 제공)

이주란 작가가 지난해 ‘현대문학’ 1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출간했다.

‘어느 날의 나'(현대문학)는 고단한 개인의 삶을 차분히 짚으며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과연 사람과 사람은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작가는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이들의 연대하는 삶을 덤덤하게 그렸다.

주인공 ‘유리’가 3개월에 걸쳐 써내려가는 기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빚더미에 앉은 유리에게 선배 언니는 3등에 당첨된 복권을 내밀며 방을 얻으라고 했다. 출구가 없어보이던 유리의 삶은 다시 시작되고, 선배 언니와 함께 살며 가족의 삶을 꾸려간다.

유리와 언니는 동거하지만 서로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영화관에 같이 가지만 서로 다른 영화를 보고, 함께 산책에 나서지만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런 그들의 삶에 유리가 일하는 카페 단골인 싱글 대디 재한씨가 등장한다. 재한씨는 그들 사이에 스며들어 함께 식사하고 캠핑도 간다. 하지만 아버지 건강이 악화돼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재한씨는 퇴장한다.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그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 가진 것을 생각하면.”

소설은 삶을 계속 살게 하는 힘은 완벽한 이해나 뜨거운 사랑이 아닌, 어떤 존재를 염려하는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주란은 작가의 말에서 “아주 가끔이지만 어느 날엔 혼자서 미래를 그려볼 때가 있다”며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단언해왔기 때문에 그때마다 낯선 기분이다. 저곳이었나. 우연히 길을 지나다 그 골목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나아진 후에야 그 골목을, 내 미래를 바로 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정도까지 나아져야 했구나. 나라는 사람은 이 정도에서 미래를 꿈꿔보는구나.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다른 기분들이 들긴 하지만 수용소에서 풀려났기 때문에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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