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반란 후 벨라루스로 망명한 러시아 준군사조직(PMC)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아프리카 2차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목격됐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한 호텔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고위 당국자와 만나 악수하고 있는 ‘인증샷’을 남겼다.
이 사진은 러시아 국적 드미트리 시티가 26일 처음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시티는 서방 당국자들이 바그너그룹의 CAR 지부 중요 인사로 묘사했던 인물이다.
현지 언론 폰탄카에 따르면 사진을 촬영한 장소는 프리고진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트레치니 팰리스 호텔로 확인됐다. 또 프리고진과 사진을 찍은 사람은 러-아프리카 정상회담에 참석한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CAR 대통령의 의전 책임자인 프레디 마포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사진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프리고진은 무장 반란 후 러시아 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FT는 “이것은 프리고진이 여전히 크렘린 기득권층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를 다루기 힘들어 하거나,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프리고진은 반란이 실패한 뒤 닷새 후인 6월29일 푸틴 대통령과 3시간여 만났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자유롭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19일엔 벨라루스에서 자신의 용병들을 환영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 두 번째 군대로 만들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고, “힘을 모아 아프리카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서 독재 정권을 무장 비호하는 대가로 각종 이권을 챙기고 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수치”라면서 재참전할 가능성을 배제했다.
투아데라 대통령 역시 2018년 바그너 용병들에게 자국 군 훈련을 맡겼고 2년 후엔 반란 시도를 저지하는 데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엔 3선 출마를 금지한 헌법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대신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받았다고 FT는 설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러-아프리카 정상회담 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친크렘린 TV ‘아프리케 메디아’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 우리 프로그램(활동)은 줄어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