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지상전이 4일째를 지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 중이다. 하마스가 여성 인질의 모습을 공개하며 심리전을 펼쳤지만, 이스라엘은 ‘휴전 거부’로 맞서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0일 지상전 4일 차 연설에서 “휴전에 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라며 “미국이 진주만 폭격, 9·11 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듯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적대행위 중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 인근 이스라엘 키부츠(집단농장) 등을 상대로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기습을 감행한 뒤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가자 공습에 이어 지난 27일부터는 지상군을 투입해 소탕 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가자 지구 지상군 투입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자칫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수십만 지상군을 투입해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리라는 관측과 달리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전력을 투입해 지상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하마스에 항복하고, 테러리즘에 항복하고, 야만성에 항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전쟁할 시기”라고 못박았다.
지상군 투입 4일, 알아크사 홍수 이후 24일째인 이날 기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400명 수준이다. 초기 집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쟁이 벌어지는 가자에서는 연일 사망자가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기준 현재까지 8306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 사망자도 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유엔 필리프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사집행위원장은 이날 “3주 동안 64명의 동료를 잃었다”라며 불과 2시간 전에도 자신 기구 산하 간부가 배우자·자녀와 함께 사망했다고 개탄했다.
민간인 사망자 수치가 늘어가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 당국은 하마스 소탕 실적을 속속 홍보 중이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자국 공군이 하마스 대원 20명이 은신하던 초소를 지상군의 도움으로 공격했고, 그 외에 간밤 제거한 대원만 수십 명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상군 작전 확대로 이스라엘군은 가자 내부 3㎞가량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2단계를 선언한 이후, 일망타진식 집중 공격보다는 가자 내부에 거점을 마련해 점진적으로 하마스를 고사시키는 작전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지상 작전을 이어가자 이날 이스라엘 국적 여성 인질들을 찍은 영상을 유포했다. 유포한 영상에서 3명의 여성 인질은 네타냐후 정권을 겨냥해 정치적·안보적·군사적·외교적 실패를 비난하며 석방을 위한 협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오히려 지상 작전으로 인질 탈출 가능성이 열렸다며 “그들(하마스)은 압박을 받아야만 이 일(인질 석방)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하마스의 인질 영상 유포를 두고는 “잔인한 심리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