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디는 2일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브루탈리스트’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시 샬라메, ‘콘클라베’의 레이프 파인스, ‘어프렌티스’의 서배스천 스탠, ‘씽씽’의 콜먼 도밍고를 제쳤다.
브로디는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로 역대 최연소인 29살에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데 이어 22년만에 다시 한 번 같은 상을 받음으로써 할리우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브로디에 앞서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이상 받은 배우는 10명이 있었다. 유일하게 세 번 수상한 대니얼 데이루이스를 포함해 프레드릭 마치, 스펜서 트레이시, 개리 쿠퍼, 말런 브랜도, 더스틴 호프먼, 잭 니컬슨, 톰 행크스, 션 펜, 앤서니 홉킨스 등이다.
브로디는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 ‘라슬로 토스’를 연기했다. 이 작품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토스가 2차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업가 ‘밴 뷰런’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토스는 가상 인물이다. 실제로 헝가리계 유대인인 브로디는 라슬로 토스라는 인간의 위대함과 나약함, 겸손과 오만, 위선과 위악은 물론이고 시대가 안겨준 고통과 그 고통이 유발한 트라우마를 가슴에 품은 듯한 연기로 인생 최고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게 첫 번째 오스카를 안겨준 ‘피아니스트’에서도 브로디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슈필만을 연기했다.
다만 ‘브루탈리스트’를 연출한 브래디 코베 감독이 브로디를 포함해 일부 배우들의 헝가리어 억양을 일부 AI(인고지능) 기술을 활용해 보정했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선 브로디가 연기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든글로브·영국아카데미·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이어 미국 아카데미까지 브로디를 선택하면서 그가 최고 연기를 펼쳤다는 데 이견이 없음이 증명됐다.
브로디는 무대에 올라 감사 인사를 한 뒤 “연기는 매우 연약한 직업”이라며 “매우 화려해 보이고 어떤 순간에는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커리어의 어느 단계에 있든 무엇을 성취했든 상관없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여전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은 목적지가 있다는 뜻”이라며 “커리어의 정점, 그것은 기회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1973년생인 브로디는 1988년 TV 시리즈로 데뷔한 뒤 20대 초반부터 출중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경력 초기인 1990년대엔 대중적인 작품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에도 적극 출연하면서 연기파 배우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졌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킹 오브 더 힐'(1993)에서 잠재력을 보여줬고, 스파이크 리 감독의 ‘썸머 오브 샘'(1999)에서 기존 진지한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연기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찍은 작품이 2002년에 나온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실존 인물인 슈필만을 연기하기 위해 14㎏을 감량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해내는 헌신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폭발시켰다. 이후 브로디는 작품 규모나 역할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해갔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호흡을 맞춰 ‘빌리지'(2004)에 나오기도 했고, ‘킹콩'(2005)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이후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에선 살바도르 달리를,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2014)에선 코믹한 악역 드미르티를 맡는 등 고유한 작품 세계가 있는 감독들과 작업하며 경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TV 시리즈 ‘피키 블라인더스’나 ‘석세션’ 등에도 나와 대체불가능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