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과 맞물려, 리움미술관이 1592년작 까치호랑이 그림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리움미술관은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을 열고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를 7점을 선보인다. 호랑이와 까치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한국인의 미의식과 해학, 그리고 시대적 풍자를 드러내는 전통미술의 정수를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1592년 제작된 ‘호작도’다.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까치호랑이 그림으로 평가된다. 민화가 아닌 정통 회화 형식으로 그려져 까치호랑이 도상의 원류적 의미를 보여준다.
작품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새가 놀라는 ‘경조(驚鳥)’, 새끼 호랑이를 기르는 ‘유호(乳虎)’ 등이 결합돼 있어 형식적·내용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19세기에 들어 호작도는 민화로 전개되며 크게 유행했다. 전시에는 ‘피카소 호랑이’로 불리며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19세기 ‘호작도’도 등장한다. 단순한 선과 해학적인 표정, 노란 호피 문양으로 대표되는 이 작품은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중성과 풍자성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 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등이 전시된다. 김홍도의 작품은 사실적 묘사로 정통 회화의 품격을 보여주면서도 민화의 출산호 도상과 연결돼 전통 회화와 민화의 상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리움미술관 조지윤 소장품연구실장은 “430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우리 전통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M1 2층에서 11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리움스토어에서는 까치호랑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도 함께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