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언론들은 구독자가 늘었다. 미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붐이 사그라들면서 구독자가 줄어 미국 언론들이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구독자수 변화를 소개하면서 미국 언론이 처한 문제를 보도했다.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의 주요 간부들이 모여 온라인 구독자가 급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샐리 버즈비 편집국장은 2019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에 실린 가장 많이 읽힌 기사 50개의 대부분이 정치 관련 기사인데 놀랐다면서 지금은 상위 10개 기사 중 3개 뿐이라고 밝혔다.
버즈비 편집국장은 워싱턴포스트 독자들이 정치기사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면 다른 종류의 기사로 그들의 관심을 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터포스트는 다른 주요 언론사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 시절 구독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독자가 감소하면서 정치분야 이외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 10월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순방문자는 지난해보다 28%가 감소한 6600만명이었다.
대부분의 주요 언론이 지난해부터 홈페이지 방문자가 감소하고 있다. 국내 정치와 코로나 팬데믹이 독자층을 몰아낸 것이다. 미디어 분석사인 콤스코어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경쟁지인 뉴욕타임스와 CNN, 월스트리트저널, 복스(Vox)미디어 등도 이 시기 방문자가 소폭 감소했다. 더힐이나 폴리티코 같은 정치 중심 매체들의 경우 워싱턴포스트보다 더 많이 줄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온라인 정기 구독자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현재 정기구독자수가 270만명으로 지난 1월에는 300만명이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 대부분이 온라인 정기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지난 10월 5000만명이던 홈페이지 방문자수를 2024년 예산년도까지 2배로 늘리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게임이나 요리 또는 와이어커터(Wirecutter)라는 제품소개 기사들로 구독자수를 늘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입유도를 위한 구독료 인하가 끝난 지난달 구독자 증가가 정체됐다고 밝혔다.
한편 버즈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정치기사에 대한 관심은 주기적으로 변한다면서 당장은 생활기사와 사건기사, 심층기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만 정치기사가 다시 필요하게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홈페이지 방문자중 비정기 구독자수가 2년새 35% 감소했다. 이들중 돈을 내는 정규가입자 전환비는 늘고 있다. 다만 정규 구독자들의 홈페이지 방문이 늘고 있지만 비정규 방문자수 감소에는 크게 못미친다. 2019년 10월보다 올해 10월 정규 가입자수는 56% 증가했으나 이들 구독자의 페이지뷰는 6%밖에 늘지 않았다.
독자들이 노령화되는 문제도 있다. 워싱턴포스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정규 가입자중 미국 인구의 61%를 차지하는 55세 미만은 1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는 “차세대”라는 제목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 젊은 구독자를 끌어 들이려는 노력을 강화했다.
그밖에 여성문제를 주로 다루는 릴리(Lily), 비디오게임 섹션 론처(Launcher), 요리 허브인 보레이셔슬리(Voraciously)와 여행 섹션인 바이 더 웨이(By the Way) 등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