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철새 1000여 마리가 유리로 된 빌딩에 충돌해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BBC에 따르면 지난 4일 밤부터 5일 새벽 사이 시카고의 무역 전시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센터 빌딩에 철새가 부딪혀 964마리의 사체가 회수됐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많은 철새가 집단 폐사한 사례는 건물의 ‘조류 친화적’ 시설이 부족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존생태학자인 더글러스 스토츠는 내셔널퍼블릭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하룻밤 사이에 1년치 새가 죽었다”고 말했다.
시카고 조류충돌 감시단체의 책임자 아네트 프린스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니터링하는 2.6㎢에서 약 700마리의 죽은 새를 발견했다”며 “매우 이례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맥코믹플레이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을 통해 “비정상적인 기상조건과 조명으로 인해 조류가 혼란을 겪어 매우 많은 수의 새가 죽었다”고 밝혔다.
이어 “철새의 안녕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며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난 4일 낮은 기온과 이동하는 데 유리한 바람으로 인해 시카고와 쿡카운티 지역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새가 날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조류 추적 프로젝트 ‘버드캐스트(Birdcast)’는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철새들이 집단 폐사한 5일 밤 쿡카운티 상공에서 약 150만 마리의 새가 비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사고로 죽은 새들은 현재 자연사박물관인 시카고 필드 뮤지엄에 보관 중이다. 해당 박물관에서 조류 부문 관리자로 근무한 윌라드는 “지난 40년 동안 맥코믹플레이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해왔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례는 처음”이라며 “40년간 맥코믹플레이스 주변에서 회수한 조류 사체를 모두 합한 것보다 700마리나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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