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최근 일정에 극우 선동가가 밀착 동행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전날 9·11 테러 23주기 추념식을 포함한 일정에 극우 선동가 로라 루머(31)를 대동했다.
트럼프 후보가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함께 뉴욕에서 소방관들과 만나는 동안 루머는 옆에서 이를 지켜보며 수행했다.
지난 10일 트럼프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TV 토론을 위해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도착했을 때도 전용기에서 함께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었다.
루머는 그간 SNS상에서 해리스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등 선동성 발언을 일삼은 인물이다. 해리스 후보가 인도 출신인 점을 들어 그가 당선되면 “백악관에서 카레 냄새가 나고, 백악관 연설은 콜센터로 이뤄질 것”이라고 조롱했다.
지난 7월엔 해리스 후보를 “마약을 사용하는 매춘부”라고 근거 없이 불렀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퍼트리기도 했다. 지난해엔 9·11 테러가 내부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비밀 탐사보도 전문 보수단체 ‘프로젝트 베리타스’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0년과 2022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가 캠프 영입을 원했지만 측근들 반발로 불발됐다. 현재 트럼프 후보의 재선을 위해 탐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막말 이력을 가진 인물이 트럼프 후보의 유세 일정에 등장하자 공화당 내부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머는 “난 트럼프 후보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일정에 동행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인터뷰에서 “루머의 발언은 충격 그 이상”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대의에 도움 안 되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충성파이자 오랜 기간 루머에 반대해 온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도 “루머의 수사와 혐오스러운 어조는 공화당에 큰 문제”라며 “MAGA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 같은 비판에 직접 답하지 않고 9·11 테러 추념식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캐롤라인 리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그날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영혼과 그 가족, 운명적인 날 동료 미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선 영웅들 외 다른 누구에 관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