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사우스다코타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앰버 헐스는 지난해 11월 덴마크의 빅토리아 키에르 테일비가 미스 유니버스에 등극하자 인스타그램에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금발이 미스 유니버스야. 우리가 돌아왔어”라고 써 환호했다.화려하게 치장된 마가(MAGA)와 미인대회가 겹치는 순간이다.
트럼프는 사우스다코타의 ‘스노 퀸’ 크리스티 노엄을 국토안보부 장관에 임명했고 버지니아주 박람회 미인대회 출신 안나 켈리를 백악관 부대변인에 임명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형사고발하도록 밀어붙인 린지 할리건 버지니아 동부 연방검사는 미스 콜로라도 준결승 진출자였다.
암살당한 보수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는 2012년 미스 애리조나 USA였다.
이처럼 MAGA와 미인대회 출신자들이 겹치는 현상에 대해 브리태니 휴고붐 에비 매거진 편집장은 “신체 긍정”, “성별 유동성” 같은 개념이 주류인 진보시대가 끝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지 정장 차림의 힐러리 클린턴 시대에서 다시 여성성을 찬미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인대회 지지자들에게 미인대회는 수영복 경쟁을 넘어 젊은 여성들이 성공하는 발판이다. 미인대회에서 절제력과 품위, 순발력을 배우고 무대 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기회인 것이다.
전국을 순회하며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대중 연설을 하며 끝없이 사진을 찍는 일은 선거 운동을 하는 정치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는 미인대회가 결국 남성의 규칙 안에서만 운영된다고 지적한다.
킴벌리 햄린 오하이오마이애미대 여성사 교수는 “미인대회에서 성공하는 방식은 트럼프 세계에서 성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항상 최고로 보여야 하고 언제든 수영복 심사를 준비해야 하고 매력적이어야 하며 항상 상사가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대 미인대회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
그러나 1921년 애틀랜틱시티의 호텔업자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영복 미인쇼’를 만들어내면서 취지가 완전히 변질됐다. 여성 권리를 위한 행사가 부유한 남성들을 유인하는 행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75년 뒤 애틀랜틱시티의 호텔업자였던 트럼프가 미스 USA를 소유한 조직을 인수하면서 미인대회의 제왕이 됐다.
미스 USA는 미스 아메라키에 비해 노출이 많은 쇼였고 출전자들은 트럼프가 옷을 갈아입는 백스테이지에 들어오는 것을 불평했다. 트럼프 본인도 한 인터뷰에서 “쇼가 시작되기 전 백스테이지로 가면 모두가 옷을 갈아입고 있지. 남자는 아무도 없지만 난 대회 주인이어서 들어갈 수 있어. 검사하는 거지. 모두 옷을 안 입고 있는데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2015년 대회를 매각할 무렵, 미인대회가 쇠퇴하고 있었다. 1980년대 수천만 명에 달하던 미인대회 시청자는 지난해 100만 명 이하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