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요커 등 유수의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
미국 문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평가받는 한국계 미국인 폴 윤의 디아스포라 소설집 ‘벌집과 꿀’이 오는 20일 서점 가판대에 오른다.
저자의 살아온 발자취를 빼닮은 듯 소설은 다양한 디아스포라들이 그려내는 애환과 상흔을 펼쳐낸다.
▲막 출소해서 낯선 동네에 자리를 잡으려는 청년 ▲탈북한 뒤 스페인에서 청소 일을 하는 나이 든 여자 ▲조선인 고아 소년의 고국 송환 길을 호위하는 사무라이 ▲탈북한 한국인의 2세로 런던에서 살아가는 부부 ▲러시아 극동 지방의 척박한 고려인 이주지에 임관한 장교 등 저자는 시대와 국경을 가로질러 광막한 시간과 공간 속 흩어진 이주민들을 생생한 역사적 사실에 풍성한 상상력을 더해 차례로 소개한다.
고향을 떠나 향수에 시달리는 소설속 인물들은 각자의 애환과 비애를 나누며 서로에게 또 하나의 집이 되어 준다. 그 집에서 이들은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수긍하는 데서 파생된 좌절을 토로하며 연대 의식을 공유한다. 이를 저자는 섬세하고 절제된 문체로 그려낸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과 집과 가족, 우리를 이루는 것들에 대한 정교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 저는 지금 당신이 어디 계신지 상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요. 왜 누군가는 저주받은 장소를 떠나지 않으려 하는지도요. 아이는 이제 멀리 있습니다. 온통 햇빛으로 둘러싸인 채, 아주 조금만 보일 뿐입니다. 숨겨진 자신의 왕국으로부터 돌아오던 벌은 이제 더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