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을 등에 업고 초저가로 무장한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공세가 매섭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를 통해 중국 제품 구입에 눈 뜬 소비자들이 테무(Temu)로 쇼핑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초저가 온라인 쇼핑플랫폼 테무(Temu·사진)가 아마존과 월마트를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등극했다.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기업인 PDD가 지난해 9월 출시한 테무 앱은 2400만회 다운로드됐으며 월간 사용자 수가 1100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11월 앱스토어 차트에서 1위로 치솟아 4분기 앱 다운로드 및 설치 부분에서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물론 전국 대형 소매체인인 월마트와 타겟을 앞섰다.
테무는 2022년 9월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설립됐지만, 중국 전사상거래 대기업 ‘핀둬둬’의 자회사다.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타 플랫폼보다 저렴한 가격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이다. 테무는 실시간 빅데이터를 통한 수요 예측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제품 디자인, 예상 판매 수량 및 물류 계획을 최적화해 공급사에 전달한다.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높은 수요 예측 정확도로 불필요한 재고 비용 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플랫폼보다 더 낮은 비용을 책정할 수 있다.
실제 현재 테무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미니 청소기는 20달러 미만이고 메모리폼 욕실 러그도 5달러 미만에 살 수 있다. 가죽으로 제작된 스마트폰 케이스도 채 5달러가 되지 않고, 천연 가죽 벨트도 1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무선 이어폰도 10달러 미만으로 판매하는 등 가정용품부터 의류,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용품 대부분을 온라인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테무는 최초구매 시 무료배송을 지원하고, 이후에도 일정 금액 구매 이상 시 배송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모든 주문에 대해 1회 무료 반품이 가능한 데다, 구입 후 90일 이내에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
테무 돌풍은 파격적 초저가때문
테무의 이 같은 돌풍은 파격적인 가격에 있다.
보통 40~50 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들이 4달러 5달러 선에서 판매가 되고, 무료 배송에 90일 무료 반품도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조건들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본이 풍부한 중국의 모회사 PDD 홀딩스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자금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라고 분석하고 있다.
PDD 홀딩스는 중국의 제조업체가 중간단계 없이 바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택해 가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미국으로의 판매에 대한 세금이 없는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테무의 돌품이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조업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은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이렇게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을 우리는 왜 100달러 200달러씩 주고 사야만 했나?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 광고 공세 “툭하면 뜨는 테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추정치를 인용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가 지난해 미국 온라인 마케팅에서 약30억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또,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메타 광고에만 약 1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지난 2022년 9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는 중국산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어 아마존, 월마트에 이어 미국 최대 온라인 광고주 반열에 올랐다.
테무 월간 사용자도 미국에서만 7000만명에 달한다.
테무의 광고 공세는 슈퍼볼에서도 이어졌다. 슈퍼볼에 노출된 30초짜리 광고에는 무려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었다.
CNN에 따르면 테무는 슈퍼볼 광고 후 미국 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국서도 테무 돌풍
지난 18일 빅데이퍼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테무의 월간사용자수(MAU)는 459만10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33만7225명 대비 1261.4% 증가한 수치다.
테무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쇼핑앱 내 신규 설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222만1981명이 테무 앱을 새롭게 설치했다.
초저가에 빠른 배송으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급성장을 이어가자 정부와 한국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해외플랫폼 진출에 따른 국내 온라인시장 영향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쿠팡과 11번가, G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 실무진이 참석했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 이커머스 업체와 공정 경쟁이 불가하다고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와 부과세부터 상품 KC인증까지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가 동등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려해야 한다”며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 역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중소 제조사의 브랜드 역량 강화, 개인 판매자의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중국 제조업체와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약한데, 원가를 극복할 수 있도록 품질이나 브랜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판매자들은 가격 중심 영업을 하고 있는데 제품 소싱이나 마케팅을 강화해야 항후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