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세운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가 교육·이민·보건 등 사회개혁 성격의 지원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미국 주요 언론은 CZI의 노선 변경 배경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흔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28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CZI가 과학 분야 지원에 집중하겠다며, 내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팀을 해체하고 이민 개혁이나 인종 간 형평성을 추구하던 주요 사회 프로그램들을 종료했다고 보도했다. 교육 분야 지원도 대폭 축소돼, 2016년 설립한 캘리포니아 이스트 팔로알토 소재 무상교육 학교는 자금난으로 폐교 수순에 들어갔다.
CZI 최고운영책임자 마크 맬런드로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과학에 집중하기 위해 사회 부문 기금을 줄였다”고 밝혔으며,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 중심의 연구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재단의 이런 방향 전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기준 CZI 기부금 중 69%가 과학 분야로 집중됐으며, 교육 부문은 전체 기부 중 12%에 그쳤다. 이는 2019년 33%에서 급감한 수치다. 반면 과학 분야 비중은 같은 기간 29%에서 69%로 껑충 뛰었다.
CZI와 함께,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 역시 트럼프 집권기를 전후로 DEI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기해왔다. 메타는 채용, 훈련, 공급망 운영 등 전사적 차원에서 DEI 정책을 중단한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테크에쿼티’의 캐서린 브레이시 대표는 “저커버그 부부가 야심을 좁히고 사람들을 기만했다”며 “재단의 설립 취지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CZI는 설립 당시 “모든 사람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더 공평하고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트럼프와 그 지지층의 기류에 발맞춰 사회 정의를 향한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