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치를 웃돈 깜짝 실적을 내며 투자비 증가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나란히 두 자릿수 상승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날 실적 발표 후 약 5% 이상 상승해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612조원) 돌파한 회사로 기록됐다. 메타 역시 11%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2조 달러(약 2806조원)에 육박했다. 이로써 이들 세 기업은 실적 발표 후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총 3500억 달러(약 491조원)불어났다.
이번 호실적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관련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AI 투자가 수익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FT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부문 성장, 메타의 광고 마진 확대는 대규모 설비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낸 결과”라며 “올해 이들 3사와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투자금액은 3500억 달러(약 491조원)를 넘어서고, 내년에는 4000억 달러(약 561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최고경영자)는 앞으로 4개 분기 동안 1200억 달러(약 168조 4800억원)를 투자하고, “경쟁사 누구보다 빠르게 데이터센터 역량을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메타는 내년 1050억 달러(약 147조 3600억원) 설비투자를 예고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슈퍼인텔리전스’ 연구소로 불리는 AI 연구 부서 인재 유치를 위해 수억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내세우고 있다.
브렌트 틸 제프리스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는 “AI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줄면 투자자들이 다시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서도 “매출과 수주가 계속되는 한 기업들은 원하는 만큼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계속되는 설비 투자 경쟁”이라며 “이 경쟁에서 필요한 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약 5곳 정도이며, 한 기업이 주춤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4조3000억 달러(약 6035조원)에 달하는 엔비디아는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아직 실적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경쟁사들이 AI 모델 학습·운영에 필요한 GPU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약 450억 달러(약 63조1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EU(유럽연합)·영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이 빅테크를 상대로 낸 잇단 독점 소송이 이러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에 대해 왓츠앱·인스타그램 매각을 요구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은 미국과 영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알파벳은 검색·광고·앱스토어 독점과 관련한 3건의 반독점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이에 크롬 브라우저 매각이나 검색 인덱스 데이터 공유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앨버트브리지캐피털의 창업자 드루 딕슨은 “기술주는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모든 관심을 받고 있다”며 “1880년대 철도, 1920년대 라디오, 1990년대 닷컴 버블처럼, AI에서도 결국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모든 게 들썩이고 있지만, 승자와 패자가 판가름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