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출시 1년 반이 넘도록 판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당초의 기대와는 큰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19일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 자료를 인용해, 사이버트럭이 2023년 11월 말 첫 인도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 약 5만2천대 판매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테슬라가 본격 출시 전 “예약 주문만 10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는 성적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숀 터커 편집장은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은 눈길을 끌지만, 오히려 트럭 본연의 기능성을 해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이버트럭의 화물칸은 측면이 사선 구조로 설계돼 대형 화물을 안전하게 싣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가 내세웠던 견인력과 배터리 주행거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출시 이후 잇따른 품질 결함으로 1년여 만에 8차례 리콜을 실시한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픽업트럭 시장 특유의 보수적 소비 성향도 테슬라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픽업트럭 주요 구매층은 업무용으로 차량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능성과 신뢰성을 우선시하며,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역시 70~80%에 달한다는 게 램(Ram) CEO 팀 쿠니스키스의 설명이다.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S&P글로벌 모빌리티의 스테퍼니 브린리 부국장은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잘 아는 분야지만, 동시에 보수적인 구매자 성향 때문에 더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