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8만대에 가까운 차량을 판매하며 월간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현대차의 현지 공장 판매도 함께 늘어나며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17만945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0.9% 늘어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월간 최대 기록이다.
특히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지 공장들의 내수용 판매가 늘어난 것이 실적 상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는 관세 부과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확대한 결과다.
내연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만드는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달 내수용 차량 3만894대를 판매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월간 실적을 보였다. 이는 7월(2만4729대) 대비 6000대 이상 늘어난 규모다.
주력 차종 중에서는 투싼과 GV70 등 스포츠실용차(SUV) 판매가 꾸준했고, 싼타페(하이브리드 포함)는 한 달 새 44.2% 증가한 1만4541대를 기록하며 가장 큰 폭 성장했다.
수출 물량도 회복세다.
관세 문제로 내수 전환이 이뤄지면서 한때 월 2800여 대 수준이던 수출 판매는 지난 5~6월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7월부터 회복을 시작해 지난달에는 1894대까지 늘었다.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판매량도 7월(3311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6949대를 기록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가 역대 최대 판매를 달성한 영향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현대차 기아의 이 같은 미국 내 판매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로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종료까지 앞두고 있어 미리 차량을 구매하려는 선(先)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현대차가 중장기적으로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고, 판매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 현지 생산 기반을 강화하면서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최근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HL-GA 배터리) 공장 건설이 중단되면서 향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생산과 판매에도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이번 단속 사태에도 불구, 미국 시장 확대 의지를 계속 강조하는 만큼, 현지 생산 및 판매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