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로 확산 중인 몽키팍스의 증상이 이전과는 다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몽키팍스로 인한 병변이 얼굴, 손, 발 등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생식기와 항문, 구강 등에서 병변이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몽키팍스를 매독 등 다른 성매개감염병으로 오진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영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인 ‘SHARE(Sexual Health and HIV All East Research)’는 최근 전세계 16개국에서 발생한 528명의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관찰한 결과를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발표했다.
전체 확진자 중 98%는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인 남성이었고 75%는 백인이었다. 확진자의 중위연령은 38세였다. 전체의 41%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있었지만 대다수는 감염을 잘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숭이두창의 증상으로는 피부 발진(95%)이 가장 많았다. 발열(62%), 림프절 종대(56%), 무기력·탈진(41%), 근육통(31%), 두통(27%), 인후염(21%) 등의 증상도 관찰됐다.
지금까지는 몽키팍스 감염으로 인한 피부 병변은 주로 얼굴과 손, 발 등에서 시작해 다른 부위로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환자들의 임상적 특징은 다소 달랐다. 피부 병변이 생긴 위치는 항문성기(Anogenital) 주변이 73%로 가장 많았고, 몸통·팔·다리는 55%였다. 얼굴(25%)이나 손·발(10%)에 생긴 환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피부 병변이 나타난 확진자들의 60% 이상은 병변의 수가 10개 미만이었고 54명(11%)은 단 하나의 생식기 궤양만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런 특징을 감안할 때 원숭이두창이 다른 성매개감염병(STI)과 오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임상적 특성은 최근 몽키팍스의 전파가 주로 성접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상의가 보고한 확진자의 감염 의심 경로는 95%가 성적 접촉이었다.
관찰 대상자 중 70명(13%)가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사유로는 통증 관리(21명)가 가장 많았고 항문통증과 연조직 감염(18명), 인두염(5명), 눈 병변(2명), 급성 신장 손상(2명), 심근염(2명)이 그 뒤를 이었다. 감염 통제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는 13명이었다.
몽키팍스 확진자들에게서는 두가지 유형의 심각한 합병증이 보고됐다. 후두개염의 경우 CD4 세포 수가 1mm³ 당 200개 미만인 HIV 감염자에게서 발생했다. 심근염의 경우 항생제 치료 없이 7일 이내에 호전됐다.
연구진은 몽키팍스의 임상적 특성이 이전과 차이가 있는 만큼 확진자를 빠르게 식별·진단할 수 있도록 의료진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소수자에게 낙인을 찍지 않고 질병의 발생이 음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보건의 개입이 시작될 때부터 공동체를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