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 공화당 후보가 나치 독일의 악명 높은 강제 수용소였던 아우슈비츠를 노숙자와 실업 문제 해결의 모델로 언급한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카일 랭퍼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 사진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나의 실업률 0% 계획”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해당 사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 입구에 걸려 있었던 “Arbeit macht frei(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아우슈비츠에서는 1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해당했으며, 대부분이 유대인이었다.
이에 대해 아우슈비츠 기념관은 “도덕적 파산”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기념관은 성명에서 “독일 나치 강제 및 절멸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고통받고 살해된 모든 이들의 비극을 정치적 메시지에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깊은 도덕적 실패다. 아우슈비츠는 소품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게시물은 희생자들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자, 끔찍한 인류 역사에 대한 충격적이고 무감각한 태도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랭퍼드는 오히려 “농담이 아니었다”며, “이것이야말로 캘리포니아를 안정시키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노숙자 문제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는 이어 아우슈비츠 기념관의 비판에 대해 “대단한 홍보 고맙다”고 말하며, “내 독일 조상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그가 유대인 커뮤니티를 도발한 첫 사례가 아니다. 지난 4월 16일, 그는 SNS에 “유대인들은 가톨릭으로 개종해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고, 이스라엘 국가를 버려야 한다”는 글을 올려 비난을 산 바 있다.
한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는 최근 소련 붉은 군대에 의해 해방된 지 80주년을 맞았다. 홀로코스트 동안 나치에 의해 살해된 유럽 유대인의 수는 약 600만 명에 달한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