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5일, 미 하원 장악을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에 뛰어들며, 유권자들에게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정치인들이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선거구 재조정 관련 주민발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슈워제네거는 “말도 안 됩니다”라고 민주당이 지지하는 주민발의안 50호에 대해 말했다. 이 발의안은 오는 11월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며, 2026년 중간선거 전 텍사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공화당 지역구 5석 확보 시도에 맞서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하원 의석 5석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슈워제네거는 “우리가 트럼프와 싸우기 위해, 트럼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며 “잘못된 일이 또 다른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발의안은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주도하고 있으며, 기존의 독립 위원회가 만든 선거구를 일시적으로 무효화하고, 민주당이 재설계한 선거구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발의안이 통과될 경우, 캘리포니아 내 공화당이 보유한 하원 의석 중 최대 5석이 줄어들고, 다른 접전 지역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유리한 지형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의 캘리포니아 내 하원 의석 수는 현재 43석에서 48석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전체 하원 의석은 52석이다.
슈워제네거는 이날 USC 대학 연설에서, 자신이 주지사 재임 당시 적극 추진했던 공공 참여 방식의 독립 위원회가 만든 선거구 지도를 무시하고, “정치인들”이 비공개적으로 만든 당파적 지도안을 대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뉴섬 주지사나 민주당이 다수인 주의회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달부터 발의안 반대 운동에 나설 뜻을 밝히며, 소셜 플랫폼 X에 “게리맨더링을 끝장내자”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티셔츠에는 “정치인들”을 겨냥한 욕설도 희미하게 보였다.
“게리맨더링 전쟁을 준비 중입니다,”라고 그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가 이 캠페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는 광고 자금을 직접 댈 수 있는 부유한 인물이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정치적 중도 성향으로, 트럼프에 비판적인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왔으며, 양당이 극단에서 벗어나 워싱턴의 교착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비록 공직에서 물러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영향력 있는 정치 인물로 남아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상대로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라고 스탠퍼드대학의 보수 성향 후버연구소 소속 빌 웨일런은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주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하원을 둘러싼 당파적 세력다툼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 갈등은 다른 주와 법정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이 싸움을 트럼프와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우리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선거구 하나하나씩 무너지는 걸 그냥 지켜볼 수 없습니다”라고 지난달 LA에서 열린 집회에서 말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신이 곰을 건드렸고, 우리는 반격할 것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