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이머들에게 메이저리그 홈런타자는 캐딜락에 비유됐다.
‘메이저리그 홈런타자는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링컨을 탄다”라는 말이 있었다.
타율이 좋은 선수보다 ‘한방있는’ 홈런타자가 더 대우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메이저리그의 꽃은 ‘홈런’이라는 말과 같다.
지금이야 메이저리그의 꽃은 투수며, 타자며, 호수비며, 홈런과 도루 등 꽃다발이 된 상태지만.
시즌 106승이라는 최다승을 거두고도 계륵같은 코디 벨린저 때문에, MVP이자 신인왕이었지만 시즌 내내 1할대 타율에 허덕이던 벨린저 때문에,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지만 팬들이 마이너로 내려보내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벨린저 때문에 다저스 수뇌부는 정규시즌 내내 골치를 앓아왔다.
플레이오프에 돌입해서도 벨린저가 타순에 들어서자 다저스 팬들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 감독은 항상 윳놀이판 말이다. ‘도 아니면 모’ 이기 때문이다.
다저스가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면서 그 계륵같던 벨린저의 활약 때문에 활짝 웃고 있다. 벨린저가 활약하지 못하고, 정규시즌같은 저조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면 로버츠 감독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 유명한 ‘돌버츠’라는 별명도 다시 소환됐을 것이다.
하지만 벨린저의 활약으로 로버츠 감독은 ‘뚝심의 감독’, ‘믿음의 야구’ 등등의 찬사를 받고 있다.
벨린저는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 마지막 5차전에서 역전타를 뽑아냈고,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는 동점 3점포를 뽑아내며 대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19일 벨린저가 뽑아낸 홈런은 96마일의 강속구로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은 손도 내지 않았을 높은 공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타격감이 좋지 않은 벨린저가 96마일짜리 높디 높은 강속구를 받아쳐 동점 3점포를 만들어 냈다. 이어 무키 베츠의 역전타로 다저스는 6-5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벨린저가 때려낸 공은 휴스턴의 작은거인 알투베의 타석이었다면 머리 높이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알투베가 만세를 불러야 맞출 수 있는 공을 키가 큰 벨린저는 홈런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과연 반전의 계기가 될까?
정규시즌 내내 링컨차는 커녕 소형차도 민망했던 벨린저가 플레이오프에 들어서 캐딜락을 타기 직전에 있다.
<이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