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의 가격이 몇 년 사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메뉴의 가격들을 다시 올려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이다. 이 이유는 단순히 카페들의 마진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커피 산업 전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각국의 디카페인 기준 강화다. 한국은 최근 식약처가 “카페인 0.1% 이하만 디카페인으로 표기 가능”하도록 기준을 재정비했다. 이는 기존보다 훨씬 엄격한 규정으로, 디카페인 제조 과정과 품질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갈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역시 디카페인 표기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카페인 원두 수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카페인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디카페인 기준 강화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글로벌 생두 가격 변동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 미국이 브라질산 농산물에 부과되던 약 40%의 관세를 철폐하면서 커피 선물 가격이 급락하는 일이 있었다. 가격이 떨어졌는데 왜 소비자는 비싸게 느끼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불안정성’에 있다. 생산국의 기후 변화, 산지 노동 비용 증가, 물류 지연 등이 반복되면서 로스터리와 수입사들은 일정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장기 계약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이는 곧 커피 원가에도 반영된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의 장기적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고온 피해로 인해 생산량이 줄고, 병충해 발생 빈도도 높아지면서 고품질 생두의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특히 스페셜티 등급의 생산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더 좋은 커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커피 가격 상승은 개별 카페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카페인 규제 강화, 관세 정책, 기상 변화 같은 요소들이 모두 연결되며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그 따뜻한 한 잔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여정을 거쳐 도착한다. 앞으로 커피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이제는 소비자도 조금은 알아야 할 때다.
<오영석 칼럼니스트>
오영석은 바리스타로서 메뉴 개발, 센서리, 로스팅, 생두 분석을 꾸준히 공부해온 커피 실무자다. 현재 SCA Q-Grader, 디플로마 자격을 갖추고, 커피 뉴스·브랜드 스터디·향미 연구를 카드뉴스 형태로 정리하는 ‘DIR’를 운영하고 있다. DIR는 ‘Define · Interpret · Refine’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커피를 정의하고, 해석하고 정제한 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