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귀화 시험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내 이민자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올 조치로 평가된다.
연방 이민국(USCIS)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된 시민권 취득 귀화 시험 규정을 연방 관보에 공식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는 10월 18일부터 새롭게 귀화를 신청하는 이민자들은 한층 까다로워진 절차를 통과해야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USCIS는 이번 조치를 통해 2008년식 귀화 시험을 폐지하고, 2020년에 한 차례 도입됐다가 논란 끝에 철회됐던 2020년식 시험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했다.
귀화 시험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2008년식 시험은 총 100문항 가운데 임의로 출제되는 10문제 중 6개만 맞추면 합격이었다. 반면 2020년식 시험은 문제은행이 128문항으로 확대되고 실제 시험에서 20문제가 출제되며, 최소 12개를 맞춰야 통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문제 수와 범위 모두 늘어나 응시자들이 준비해야 할 부담은 크게 커지게 된다. USCIS는 “20문항을 통해 응시자의 미국 역사와 정부 체제에 대한 이해도를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은행의 75%는 기존 시험과 동일해, 전혀 새로운 시험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새 규정은 모든 귀화 신청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65세 이상이면서 미국 영주권자로 20년 이상 거주한 이들은 일부 예외를 적용받는다. 이들은 20문항으로 축소된 별도의 문제은행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며, 영어 대신 모국어로 응시할 수도 있다.
매슈 트래게서 USCIS 대변인은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며 “미국 시민권은 세계에서 가장 성스러운 시민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국가의 가치와 원칙을 진정으로 포용하는 외국인에게만 부여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도 같은 시험 개편이 시행됐지만 “과도한 난이도로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폐지된 바 있다.
이번 발표에 따라 미국 내 한인 사회를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기간 시민권 취득을 준비해온 영주권자들 사이에서는 “준비 기간이 짧아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영어 능력이 충분치 않은 노년층, 저소득층 이민자들에게는 시험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어, 변호사와 이민단체들은 시험 대비 프로그램과 무료 강좌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민자의 사회 통합보다는 장벽 강화가 목적에 가깝다”며 “앞으로 시민권 취득률이 낮아지고 영주권자의 정치적 권리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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