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문화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K콘텐츠 산업이 구조적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외신의 평가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 시간) 보도를 통해, 한류 확산을 이끌었던 한국 영화 산업과 K팝 산업이 동시에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침체가 아닌, 산업 구조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 산업 “일시적 침체 아닌 구조적 약화”
가디언은 먼저 한국 영화 산업의 급격한 위축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연간 40편 이상 국내 제작 영화를 배급하던 주요 한국 배급사들이 올해는 절반 수준인 약 20편만 배급했으며,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제이슨 베셔베이스 한양대 한국영화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이는 단기적인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인 약화”라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신인 감독들이 성장하고, 중견 감독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던 저예산 영화 제작 환경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인재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안정성이 높고 제작 일정이 예측 가능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화관 업계 역시 프리미엄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맥스(IMAX), 돌비 시네마 등 고급 포맷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영화 공급이 안정되지 않으면 시설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장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팝도 성장 공식 흔들… 실물 앨범 판매 10년 만에 감소
가디언은 K팝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K팝 실물 앨범 판매량은 지난해 19.5% 감소하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기획사들은 앨범 판매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어와 핵심 팬덤 중심 수익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외형적 성장보다 충성도 높은 팬층에 집중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아름 애리조나주립대 한국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팬덤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기획사 전략은 아이돌 선발, 훈련, 마케팅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구조에서 과연 BTS나 블랙핑크처럼 K팝 황금기를 이끈 글로벌 아이콘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K팝은 이제 한국 없이도 재현된다”
가디언은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사례로 들며, K콘텐츠의 ‘탈영토화’ 현상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진정한 K팝 상품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과 상상력이 결합된 혼합형 K팝 개념”이라며 “한국인의 참여 없이도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K콘텐츠의 성공이 더 이상 한국 기업과 산업의 이익으로 자동 환원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익은 남겠지만, 세계를 사로잡을 작품은 보장되지 않는다”
가디언은 기사 말미에서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이렇게 정리했다.
“K콘텐츠 산업은 앞으로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전 세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금전적 성공에만 안주하는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한때 ‘성공 공식’으로 통하던 K콘텐츠 모델이 지금 이 순간, 구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 가디언의 지적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