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단속국(ICE)에 체포, 구금돼 있는 한인 대학생 고연수(20)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2일 뉴욕 맨해튼 연방 청사 앞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는 뉴욕 성공회 교구, 뉴욕인터페이스센터, 뉴욕이민자연맹 등 종교 및 시민사회 단체가 공동 주최했으며, 민권센터,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KRC·미교협),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 뉴욕한인회 등 한인 단체들도 대거 참여해 고씨의 석방과 ICE의 부당한 단속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종교계와 커뮤니티 리더들은 고씨의 석방과 더불어 미국 이민 시스템 전반의 개혁을 촉구했다.

매튜 헤이드 뉴욕 성공회 교구 주교는 “지금의 이민 정책은 잔혹하며 혼돈 상태에 빠져 있다”며 “고연수 씨는 합법 체류자이며, 이번 사태는 명백한 행정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성공회는 모든 이민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교단”이라며 “체포와 감금으로 고통받는 이민자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는 “이민법원에 들어간 사람들이 다시 나올 수 없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뉴욕시의회 이민위원장인 알렉사 아빌레스 시의원은 “뉴욕은 이민자 보호 도시”라고 강조하며, “시정부 역시 고씨 사건과 같은 사안에 끝까지 책임지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이민자연맹 무라드 아와데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는 단지 고연수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인과 이민자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며, ICE의 자의적인 단속과 구금에 맞서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고씨의 고등학교 친구들도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석방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후 연방청사 앞 철조망에 꽃을 놓으며, 체포·구금된 모든 이민자들을 위한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고씨는 뉴욕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 김기리 목사를 따라 2021년 R-2 비자(종교 근로자의 부양가족)로 미국에 입국했다. 현재 퍼듀대에 재학 중이며, 올 가을 2학년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31일 뉴욕 이민법원에서 비자 관련 재판 기일을 연기 받은 직후, 법정을 나서던 고씨는 ICE 요원들에게 체포돼 구금됐다. 현재 보석이나 면회는 일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민 당국은 고씨를 현재 ‘서류미비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씨는 지난 2023년 5월 15일에 체류 신분 연장 신청을 접수했고, 같은 해 6월 7일에 승인 받아 2025년 12월 12일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상태였다. 변호인 측은 “김 목사의 교회 소속 변경 과정에서 R-1(종교비자) 청원이 철회됐다는 점을 국토안보부가 잘못 해석했고, 이에 따라 고씨의 신분도 종료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행정 오류이자 과도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고씨 사건은 지난 7월 중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한인 과학자 김태흥 박사의 구금 사건에 이어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이후 강화된 반이민 기조와 ICE의 무리한 단속 집행이, 이제 한인 커뮤니티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