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 사태로 수백만명의 주민들에 혹한에 떨고,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텍사스 정전 사태의 주범은 전력시장 규제를 완화해 민영화한 전력공급사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텍사스 정전사태의 원인을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탓으로 돌렸던 보수 정치인들의 일부 언론의 공격은 이번 사태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지 못했다는 것이다.
470여만 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2만달러가 넘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주민들이 속출하는 등 전력 대란이 맞게 된 것은 소위 규제완화를 통해 전력시장 민영화때문이라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전력시장이 자유화돼 소규모 민간 전력 공급사들이 생겨나면서 ‘대비할 수 있었던 재난’에 대비하지 않은 ‘시장 논리’가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 텍사스주가 1999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주지사로 재임할 당시 전력 공급을 민간업체 맡기는 민영화 정책을 도입해 가격 인하 경쟁이 무리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고 규제 완화로 예외적 상황에 대비할 안전장치와 규제는 적어졌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월스트릿저널 조차 텍사스주의 전력 민영화의 문제를 지적했다.
월스트릿 저널은 24일 텍사스주 주민들은 전력시장 규제 완화로 전기 가격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비싼 전기요금을 내고 있었다며 16년간 280억달러의 전기요금을 더 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연방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주지사 재임기은 1999년 전력 공급을 민간 업체들에 이양하는 정책으로 텍사스 주민의 60%가 기존 공공 전력회사 대신 소매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하게 됐지만 주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을 더 올라갔다.
당시 전력 민영화론자들의 주장은 전력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면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서비스는 좋아질 것이란 탈규제 논리였다.
하지만 기존 공공 전력회사 요금과 비교해보면 민간 소매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산 텍사스 주민들은 2004∼2019년 전기요금을 280억달러나 더 냈다는 것이 월스트릿저널의 분석이다.
이 기간 텍사스주 공공 전력회사의 전기요금은 전국 평균보다 8% 싼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매 전력회사들의 가격은 13%나 더 비쌌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가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대거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천연가스는 가스관이 얼어버렸고, 풍력 발전소 일부에서 터빈이 얼어붙었다. 원전 2곳에 있는 원자로 4기 중 1기도 배관 동결로 48시간 이상 가동이 멈췄다.
이로인해 천연가스와 일부 석탄 화력 발전에서 총 2만9천메가와트가, 풍력 발전에서 1만6천메가와트가 끊겼다. 공급 중단된 전력량은 풍력발전 보다 천연가스 화력발전이 2배 가까이 더 많은 셈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굳이 꼽자면 풍력이 아닌 천연개스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텍사스 정전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공급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혹한기에 대비하지 않은 점이이며, 이는 전력 시장 자유화 또는 전력시장 민영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치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