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발생 20주기를 맞았다. 미국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각종 활동을 이어왔지만 테러 세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001년 9월11일에 두 대의 대형 여객기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의 세계무역센터를 덮쳤다.
미 중앙정보부(CIA)는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사태의 배후에 알카에다라는 반미 이슬람 무장단체가 있음을 파악했다. 이와 함께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비호 아래 그곳에 은신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10월 ‘테러와의 전쟁’ 일환으로 아프간을 침공했다. 당시 탈레반 정부 축출에는 성공했지만 빈 라덴 검거에는 실패했다.
2003년에는 영국군과 합동으로 이라크를 공격했다. 이번에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불법으로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테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무장 해제시켜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빈 라덴 검거는 실패했고, WMD는 발견되지 않았다.이라크전은 2010년 8월 끝났고, 아프간전은 2020년 8월 종전됐다.
빈 라덴은 2011년 5월 파키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그러나 미국이 20년 간 이어온 ‘테러와의 전쟁’으로 실제 성과를 이뤘는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달 말 철군을 완료한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재집권했을 뿐 아니라 아프간 호라산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국가(IS)까지 재등장해 자살 폭탄 테러 공격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테러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을 재집권한 탈레반과 IS, 9·11테러를 벌인 알카에다까지 다시 거론된다.
알카에다는 빈 라덴을 수장으로 뒀던 집단이다. 이들은 이슬람과 타문화권이 충돌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다양하게 퍼졌다.
이들은 2009년 10월 중국 위구르 사태에 개입하겠다고도 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테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며 공포를 조장하기도 했다. 빈 라덴 사망 이후 핵심 간부들이 미국의 공격으로 사살돼 현재는 테러를 감행하기는 어렵다고는 하나, 아직 세력이 남아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인 보코하람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주로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활동하고 니제르를 비롯한 서아프리카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무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1년 8월26일 유엔 본부 테러를 시도했고 그해 12월25일 교회를 공격하기도 했다.
IS는 본래 알카에다의 하위조직으로 시작했다. 이라크, 시리아 일대를 거점으로 활동한다. 알카에다보다 영향력이 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직화됐다.
이들은 국제적으로도 추종세력을 받아들여 아프간 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니제르, 소말리아, 필리핀, 이란, 터키 등에 고루 퍼져있다.
2015년 파리 생드니의 축구경기장 등 최소 7곳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공격도 IS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라크에서 IS가 경찰을 다수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럭을 이용해 검문소를 습격하고, 사제 폭탄을 설치하는 등 경찰 12명을 사망케했다.
AP통신은 이라크 정부가 IS 은신처 등에 대한 소탕 작전을 벌였지만 이들은 아직 건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IS가 다시 세력 다지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탈레반도 이들과 같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지만 세력을 확장하기보다는 아프간 내에서의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런 점에서 IS와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에도 여성을 비롯한 주민들에 폭압적 태도를 보여 끊임없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은 20년 동안의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탈레반과 IS 등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미국이 IS 테러리스트들을 추적 중이며 바이든 대통령도 “IS가 카불 공항에서 미군 병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중단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근 새 정부 구성안을 발표한 탈레반에 대해서는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상황을 옥죄고 있다. 아프간 국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금 비율이 80%에 달하는데 이에 대한 접근도 끊긴 상태다.
지난 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여개국 외무장관과의 화상회의에서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이는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며 “과도 정부 구성을 봤을 때 (탈레반이) 국제적 고립을 벗어날만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국제 공약을 준수하고 인권 기준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탈레반 정부를 절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임종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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