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서 입국 여행객을 환영하기 위한 풍선과 꽃다발이 판매되고 있다. imzero@newsis.com 2021.11.10.
“오늘은 우리가 18개월 넘게 기다려온 날.”
지난 8일 미 워싱턴DC 덜레스 공항 공식 트위터에는 이런 문구와 함께 전 세계 항공기가 도열한 주기장 모습을 올렸다. 이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미국 하늘길 여행을 연 첫날이었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이래 영국과 유럽, 남미 및 인도, 남아프리카 등을 상대로 내걸렸던 미국의 하늘길 빗장이 풀렸다. 덜레스 공항 측은 “우리 국제 사회 친구들을 환영한다”라며 가족 재회와 휴일 여행을 독려했다.
기자는 미 행정부가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항공 입국을 허용한 지 사흘 만인 10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덜레스 공항을 직접 찾았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가족과 친구를 기다리는 이들이 공항 입국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서 투사(Tusar)씨가 딸과 함께 장모를 맞이하고 있다. imzero@newsis.com 2021.11.10.
이날 오전 덜레스 공항 도착편 중에는 인도 델리발 항공편이 있었다. 인도는 코로나19로 미국 입국이 제한됐던 33개 국가 중 한 곳이다.
딸과 함께 델리발 여객기를 기다리던 투사(Tusar)는 뉴시스에 “장모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우리도 백신을 맞았고, 장모도 백신을 맞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모를 맞이하게 돼 “기분이 좋다”라며 “아내가 아이를 낳아서 공항에 오지 못했는데, 아마 나보다 더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할머니를 기다리던 그의 딸은 한 손에 장미꽃을 들고 연신 입국장 쪽을 살폈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 도착편 전광판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 imzero@newsis.com 2021.11.10.
한참의 기다림 끝에 투사의 장모가 입국장으로 나오자 어린 딸이 먼저 다가가 외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투사는 그런 딸을 살피다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같은 항공편을 기다리던 스리(Sree)라는 남성은 “엄마와 아빠가 이곳에 온다”라며 “2년 만”이라고 했다. 이어 “5월에 (부모님을) 이곳에 모셔오고 싶었지만, 출입이 봉쇄됐었다”라며 “이제 국경이 열렸다”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내겐 아이가 둘 있다”라며 “어린 쪽은 다섯 살이다. 마지막으로 (조부모를) 봤을 때 세 살 반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라고 했다. 하이데라바드에서 온 스리의 부모는 세 달 정도 미국에 머물 예정이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 출국장에서 인도행 여객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imzero@newsis.com 2021.11.10.
역시 부모를 기다리던 신두(Sindhu)라는 여성은 “11월20일에 결혼할 예정”이라며 “만약 (미 당국이) 규정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들(부모)은 (결혼식 참석을 위해) 멕시코 같은 곳을 거쳤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두의 부모를 함께 기다리던 새리(Sari)는 “(기존 미국에 입국하려면) 다른 나라로 간 다음에 15일에서 3주 정도 격리돼 머물다 (코로나19) 검사를 마쳐야 했다”라며 “그건 매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개 부모 나이대는 영어, 또는 그들이 격리되는 나라의 언어를 모른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특히 백신을 맞으면 (미국으로) 바로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두의 부모는 지난 4월께 백신을 접종했다고 한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서 한 시민이 친지를 기다리며 구매한 환영 풍선. imzero@newsis.com 2021.11.10.
이날 덜레스 공항 입국장 근처에는 가족이나 친구를 마중하러 온 이들을 위한 꽃다발과 풍선이 판매되고 있었다.
마중 인파 중 몇몇은 미국 국기 모양 혹은 환영 문구가 적힌 풍선을 몇 개씩 사 들고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아울러 입국장뿐만 아니라 출국장에도 인도행 여객기에 탑승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번 백신 기반 항공길 개방으로 미 항공사 등 여행업계는 연휴 호황을 기대 중이다. 특히 오는 25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 마이애미 등에 외국 여행객들이 몰리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워싱턴=뉴시스]워싱턴DC 덜레스 공항이 지난 8일 공식 트위터에 공개한 주기장 모습. (사진=덜레스 공항 트위터) 2021.11.10.
다만 기대 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던 미 여행·항공업계가 다시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의 경우 이달 초 항공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비행편 수백 대가 결항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 등으로 관광 업황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려면 보다 시간이 걸리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날 덜레스 공항에서도 여전히 비어 있는 수하물 벨트가 쉽게 눈에 띄었다.
아울러 한국 여행객의 경우 이번 조치로 오히려 미국 입국이 좀 더 까다로워지게 됐다. 기존에는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만 소지하면 미국 입국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 증명서도 함께 제출해야 해서다. 일단 업계는 본격적인 항공편 조정은 동계에서 하계로 넘어가는 내년 3월께 이뤄질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여행 수요가 이미 증가 중인 뉴욕과 LA 노선에서는 한국 항공사도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항공편 증편 조치를 취한 상황이다. 한 미국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LA, 뉴욕 등은 그 도시 자체가 목적인 승객 외에도 환승 승객이 많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