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여파 속에서 서방 외교정책을 이끌었던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CNN 등 외신은 23일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가족 발표를 인용해 그가 지병이었던 암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 행정부에서 중추적인 인물로 여겨졌다. 첫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활동하다가 두 번째 임기에 국가 최고 외교관에 올랐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을 옹호했고 발칸반도에서 발생했던 대량학살 등을 막기 위해 동맹의 개입을 추진했다. 미국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하는 등 핵무기의 확산을 줄이려고도 노력했다.
올브라이트는 냉전 종식과 2001년 9월11일 테러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 사이 10년 동안 미국 외교정책의 얼굴이었다. 이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선언한 시대이다.
그의 이력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발칸반도에서 폭력사태를 종식시키려고 노력한 부분이다. 그는 1999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르비아 전 지도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의한 이슬람 교도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코소보에 개입하도록 결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2000년 7월 북미 고위급 간 교류를 트기 시작해 그해 10월 양국 간 적대관계 종식, 평화보장 체제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코뮈니케 발표를 이끌었다.미국 장관 중 최초의 평양 방문은 10월 23~25일 이뤄졌다.
올브라이트의 별세 소식에 전·현직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가 줄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브라이트를 ‘힘’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이 자신의 상원 경력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올브라이트는 어린 시절,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에서 가족과 함께 두 번이나 그들의 집을 떠나야만 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국제 상호의존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자 유엔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되었고 이후 국무부에서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열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지도자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