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피를 뽑아 혈장 기부로 돈을 버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슬리델에 사는 교사 크리스티나 실(41)은 거의 6개월 동안 주 2회 혈장 기증 센터에 방문해 피를 뽑아 돈을 벌고 있다.
18년간 교사로 재직중인 이혼한 두 아이 엄마인 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혈장을 기부하러 간다. 더 이상 월급만으로 15세와 12세의 두 자녀를 부양할 수 없었던 실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혈장을 팔아야 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실은 “모든 정부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며 “나는 어떤 지원에도 자격이 없다. 나 같은 중산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권투 학원에 다니는 아들은 왜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느냐 묻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해결책을 찾았다. 중요한 항체와 단백질이 포함된 인간 혈액 액체 요소인 혈장을 매주 2번 기증해 실은 한 달에 400~500달러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미국은 최근 연료, 식품 및 주거 비용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 달 전 미국 노동 통계국은 지난 해 물가 가 8.5% 올랐다고 발표했고, 이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이다.
혈장 센터 대기실은 거의 만석이었다. 4번 방문하면 20달러, 다른 사람을 추천하면 50달러를 받는다.
실은 몇 시간 후 진료소에서 50달러를 받았다. 최근 실은 복부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혈장 판매를 멈출 수 없었다. 실은 단백질 쉐이크 2개로 철분을 보충하며 건강을 유지한다.
지난해 9월 실의 주간 생활비는 급증했다. 식료품 구매에 사용한 150달러는 이제 200달러가 됐고, 주유비는 40달러서 70달러으로 올랐다. 공과금도 150달러에서 200달러로 치솟다 결국 300달러가 됐다.
실은 지역 공립학교에서 특수 교육 인증 교사로 일해 1년에 5만 4000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항상 월세 1050달러와 차량 유지비 250달러를 충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 실은 생활비를 내기 위해 신용 카드를 더 자주 사용해 1만 달러 빚이 생겼다.
실은 “내 월급은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다. 청구서를 지불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며 “월말이 되면 항상 옷을 사거나 외식을 할 돈이 조금은 남았지만, 이젠 남은 게 없다. 내 월급을 다 신용카드값에 쓰기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건 실 뿐만이 아니었다. 실 친구와 동료 교사들은 더 연비가 좋은 차로 바꾸기 위해 차를 팔았고, 일부는 활 같은 수공예품을 온라인으로 팔았다. 일부는 보육원 교사 등 부업으로 수입을 올렸다.
실은 가정의 40%가 빈곤선 이하에 사는 학교 유아원에서 특수 아동을 가르친다. 종종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실은 부업으로 자녀와 온종일 떨어져 있는 것이 자녀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실이 처음 혈장 기증을 시작하며 사용한 바늘은 생각보다 컸다. 전체 과정에 약 45분이 소요되며, 바늘이 실의 혈액을 빼내고, 기계가 적혈구, 백혈구 등 나머지를 제외한 혈장을 분리한 다음 정맥을 통해 반환하는 순서다.
혈장 기증은 생명을 구하는 의료 기술과 연구에 쓰이며, 전 세계 혈장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공급된다.
세계적 수요를 가진 미국 혈장 기부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100억 달러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미시간 대학 연구에 따르면 혈장 기부로 지급된 금액은 2019년 5350만 달러로, 2006년의 4배 수준이 됐다.
혈장 산업은 2025년 480억 달러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6년의 두 배가 넘는다. 2005년 미국엔 300개의 혈장 기증 센터가 있었고, 2020년엔 900개가 넘었다.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집중돼있다.
하지만 혈장 기증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 대학의 2021년 분석에 따르면 “혈장 기증 센터 위치”와 “불리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빈곤층)” 사이 분명한 연관성이 있으며, 가장 빈곤한 지역은 혈장 기증 센터를 가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