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을 근거로 불법 이민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연방 공중보건법 ‘타이틀 42′(42호 정책)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중남미 4개국 국민의 합법적 이민을 위해 매월 3만명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AP,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5일 백악관 연설에서 “쿠바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아이티 등 4개국에서 멕시코를 통해 국경을 넘는 이들이 불법 이민의 대부분이지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법원이 결정한 대로 타이틀 42호가 유지될 때까지 그 권한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며 “예산 통과로 의회가 이민 시스템을 완전히 고칠 때까지 정부는 국경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경에 나타나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는 “내 메시지는 당신이 있는 곳에 머무르고, 거기서 합법적으로 이민을 신청해 달란 얘기”라고 강조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2년 동안 매달 3만명씩 이민자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내놨다.
육로 불법 이민은 차단했지만 항공편으로 들어오는 합법 이민의 길은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새 조치들은 질서정연하다. 안전하고 인간적이며 효과가 있다”며 “질서 있는 이민을 위한 법적 경로를 확대하고 가속하며 이러한 법적 경로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Immigration used to be a bipartisan issue. We can make it that way again. pic.twitter.com/M0dLSGbnMI
— President Biden (@POTUS) January 5, 2023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는 트럼프 정부 때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정책을 비판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되려 이 정책을 확대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대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2024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약점 중 하나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WP는 ‘타이틀 42호’ 확대 방침을 두고 “공화당 분열로 하원이 혼란한 틈을 타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정치적 약점인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의 국경 안보 정책이 허술하고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계속해왔다.
타이틀 42호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난 2020년 코로나 19 방역을 명분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이 정책이 시행된 후 미국 체류를 희망했던 입국자 250만명이 해외로 추방됐다.
미국은 여전히 이 타이틀 42호를 적용해 이민을 막고 있다. 42조는 무늬만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방역법일 뿐 실제로는 트럼프 정부가 이민들을 국경에서 쫓아내기 위한 구실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폐지하려고 했으나 공화당이 반대 소송을 제기해서 유지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8일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인 텍사스주 엘패소를 직접 방문해 국경 단속 상황을 시찰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을 방문한 뒤 미·캐나다·멕시코 3국 정상회의를 위해 멕시코로 이동할 예정인데, 이 정상회담에서도 이민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