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최근 몇 주 동안 최고 기록을 경신해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인다고 미국 액시오스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5일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급감한 지 불과 3년 만에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현재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하루 132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하루 약 80만 배럴씩 증가했으며,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지금보다 하루 50만 배럴을 추가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휘발유 가격은 2022년 여름 이후 갤런당 2달러 가까이 하락해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2월 현재 미국 내 일반 휘발유 1갤런의 평균 가격은 3.24달러다. 이는 지난 한 달 동안 5% 하락한 수치다.
석유 생산량의 증가는 또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과 같은 석유 수출국과의 거래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가져감과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우호 국가를 회유해 석유를 싼 가격에 수입해 올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미국의 석유 생산량 증가는 우려도 안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의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은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를 다시 증가시킬 수 있다.
과학자들은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화석연료 사용량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대학교 지속가능성연구소의 에이미 마이어스 재프 소장은 “우리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를 활용해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고 인플레이션을 줄이고 있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해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것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 자동차의 보급을 추진하는 한편, 화석연료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기업들에 석유 생산량을 늘리도록 독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운동가들의 반대에도 알래스카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석유 시추 프로젝트를 승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