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긴급 안보 지원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미국 의회를 12일 직접 방문해 지도부와 대화를 나눴다.
다만 예산 통과를 막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면담 이후에도 큰 입장 변화가 없어 즉각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날 워싱턴DC 의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좋은 만남”이었다면서도 “어떤 국가안보 추가경정예산 패키지도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것이 가장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화당이 요구하는 국경 강화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다른 국가안보 예산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존슨 의장은 “취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귀중한 납세자들의 세금 지출을 어떻게 적절히 감독할 것인지에 명확성이 필요했고, 국경에서의 전향적 변화가 필요했다”며 백악관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는 명확한 전략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국경 안보 정책 전환이 수반돼야 우크라이나 지원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밝혔다.
Ukrainian President Zelensky walks alongside @SenSchumer and @LeaderMcConnell. pic.twitter.com/Qsb9HOGkNG
— CSPAN (@cspan) December 12, 2023
미 공화당은 강력한 국경 통제 정책을 요구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등 안보 지원 예산 처리를 지연하고 있다.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국경 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의회에서도 좀처럼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의회가 예산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예산 고갈로 올해 말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며 빠른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직접 워싱턴을 찾아 의회 설득에 나섰다. 먼저 상원 지도자들을 1시간 반 가량 만났고, 이후 공화당 지도부 핵심인 존슨 의장 등 하원 지도부와도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 상원 지도부와의 면담 사진을 올리고 “친밀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며 “미국 상원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현재 군사·경제 상황과 미국의 지원을 지속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했고, (관련) 질문에 답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의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방문 이후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회담을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우리는 역사의 진정한 변곡점에 서있다. 의회는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승리할 수 있다”며 방공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 이후 워싱턴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두 번째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달로 22개월을 맞았다. 한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대반격에 나서기도 했으나, 최근 이런 대반격이 실패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