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여러 명의 바이든 대통령 측근들이 전하는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측근은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바이든이 조만간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후보로 지명하는 발표를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과 달리 민주당 내 사퇴 기대감 확산
민주당 내에서도 며칠 전의 절망적 분위기와 달리 대통령이 조만간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의회의 2021년 1월6일 의회폭동 조사 특위 활동으로 유명해진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날 바이든이 대선 후보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6일자로 바이든에게 보낸 서한에서 81세의 최고사령관을 지친 투수로 비유하면서 출마 행보를 지속할 지를 민주당 동료들과 상의하도록 촉구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대통령이 사퇴로 기울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민주당 지도자들이 바이든 사퇴 압박을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려를 알고 있고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으나 후보 사퇴 결정을 하지 않았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측근들에게 대선 경쟁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도닐런 선임 자문관은 민주당의 우려와 일부 여론 조사에도 불구하고 대선 경쟁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승리할 방법이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가족들도 출마 지속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바이든 측근들은 바이든의 심리 상태와 코로나 감염 상태인 것을 의식해 사퇴 압박에 답을 하도록 요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은 현재 열은 없지만 기침을 하고 있다고 주치의가 밝혔다. 바이든은 17일 델라웨어에 도착하면서 “잘 지낸다”고 말했으나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의 강력한 우군이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선 승리 가능성에 회의적임을 바이든에게 누누이 설명했다. 최근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이긴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하자 펠로시 전 의장이 정반대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할 테니 “도닐런을 바꿔 달라”고 말하는 등 직접적으로 반박했다. 바이든이 정확한 정보를 보고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이든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의원들은 21명뿐이지만 사퇴를 바라는 의원들은 훨씬 더 많다. 또 민주당 지도부와 바이든 사이의 대화가 전과 달리 비밀에 부쳐지지 않는 점은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 사퇴를 거부하는 바이든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이 나고 있다는 징조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와 하킴 제프리 하원 원내 총무가 지난 주 대통령과 비공개로 통화해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이 사퇴하지 않으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것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힌 사실이 측근들에 의해 유출된 것이다.
바이든 최대 지지자 앵커도 공개 사퇴 촉구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 있는 바이든 선거본부는 18일 바이든에 대한 공개 사퇴 요구가 이어지면서 침울한 분위기다.
MSNBC “모닝 조”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바이든 최대 지지자였던 조 스카보러가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그는 격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뒤지는 여론조사를 인용하고 바이든에 대한 선거자금 지원자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밝히고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옳은 일을 하도록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질질 끌면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바이든 고위 측근은 백악관과 선거 캠프의 고위직들 사이에 바이든의 후보 사퇴가 불가피하며 시점과 방법만이 남았다는 비공식적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며칠 전까지 금기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바이든 선거 캠프 부 매니저인 퀜틴 풀크스는 “바이든이 후보가 아닌 상황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이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수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캠프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의 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