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선까지 107일 남은 상황에 민주당은 한 달 안에 대체 후보를 선정해야 하는 대혼돈의 시기를 맞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직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차기 민주당 주자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선언으로 현재로서 경선은 해리스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형국이다. 다만 해리스가 자동으로 후보직을 승계하는 건 아니며, 공식 지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식적인 후보 선출은 올봄 주당 대회에서 선출된 4600여명의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 고위 당직자, 지역 활동가, 선출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단체가 결정한다.
미국 정치 역사상 한 정당의 대선 예비선거에서 표를 휩쓸었던 후보가 전당대회 직전 사퇴한 적은 없다. 참고할 선례나 역사적 기록, 당규, 향후 절차 관련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규칙에 따라 일반 대의원들은 자신의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바이든이 경선을 떠난 만큼 누구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후보가 경선에 뛰어든다 해도 해리스를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를 이기기 위해 우선 대의원들에게 접근해야 하는데, 전체 대의원 명단은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바이든 캠프 관계자만 갖고 있다.
경선 자금도 큰 벽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캠프가 이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이름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로 수정한다는 서류를 제출하면서 캠프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캠프 법률센터는 바이든과 해리스가 캠페인 위원회를 공유하는 만큼 해리스와 향후 러닝메이트가 기존 캠페인 자금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말 기준 캠프에는 현금 약 9600만 달러(1330여억원)가 남아 있다.
바이든 사퇴 이후 해리스에 대한 기부도 빗발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해리스는 이날 5시간 만에 2750만 달러(약 379억원) 이상을 모았다.
언제 새 후보를 선출할지는 불분명하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앞서 지난주 대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하이오주 법에 따라 다음달 7일까지 지명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1~5일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후 오하이오 의원들이 투표용지 마감일을 9월1일로 연기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8월7일 기한을 맞추길 희망하고 있다.
바이든을 대체할 후보를 지명하기 위해 대의원 투표를 1~2주 미뤄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계획 과정에 참여한 소식통들은 19일 전당대회 시작 전 후보를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리슨 전국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