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러스트’ 줄어드는 양국 관계, 적대적이고 원시적인 대립으로 치달아
中 ‘트럼프는 관세맨’ 비난하면서도 선호, “경제가 전부였던 덩샤오핑 닮아”
뉴욕타임스(NYT)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24일 칼럼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시진핑 주석 취임식 초대를 ‘굿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외국 지도자가 취임식에 오지는 않지만 (편협하게) 작은 대롱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는 두 마리의 코끼리가 세계가 직면한 세가지 도전, 즉 폭주하는 인공지능, 기후변화 그리고 붕괴하는 국가에서 확산되는 무질서에 협력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국은 세계 AI 초강대국이자, 최대 탄소 배출국이면서 세계 최강 해군력을 보유해 전세계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두 강대국이라는 것이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그는 최근 방중에서 중국을 다닌지 30년만에 가장 낯선 중국, 마치 중국에 있는 유일한 미국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상하이의 큰 기차역, 베이징 호텔 로비 어디에서도 영어가 들리지 않았다.
중국인 부모는 자녀 미국 유학을 원치 않는다.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이 따라다닐 수 있고, 귀국하면 자국 정부가 그들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생도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직업을 잡으면 미래 잠재 미국 고용주에게 보안 의심을 받을 수 있어 역시 중국 유학을 꺼린다.
미국내 중국 유학생은 27만 명, 중국내 미국 유학생은 약 1100명이다. 중국어를 구사하는 학자나 외교관, 미국을 이해하는 중국인이 나오기 어렵다.
프리드먼은 양국 관계의 벨러스트(ballast·배 흔들림을 막기 위해 싣는 것)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번스 주중 대사는 미중 관계가 점차 날카워지는 것을 부드럽게 만든 것은 기업 커뮤니티, 관광객, 학생이었다고 지적했다.
밸러스트가 줄어들면서 양국은 경쟁과 협력의 균형보다 노골적인 대립으로 기울고, 점점 더 원시적인 대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차기 중국 대사로 지명한 데이비드 퍼듀는 9월 잡지 기고에서 중국 공산당이 세계 질서의 패권자 지위를 되찾고 세계를 마르크스주의로 전환하는 것을 정당한 운명으로 믿는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패권주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중국에는 마르크스주의자보다 훨씬 더 많은 머스크주의자(일론 머스크처럼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며 중국은 자본주의 게임에서 미국을 이기려고 한다고 퍼듀에게 충고했다.
중국은 국가주도 자본주의, 거친 카우보이 자본주의의 조합으로 수많은 사기업과 국유기업이 적자생존 경쟁을 벌이며 중산층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프리드먼은 중국이 트럼프를 ‘관세맨’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민주당보다 트럼프와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칭화대 세계경제센터 소장이자 ‘중국의 세계관’의 저자 데이비드 다오쿠이리는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를 덩샤오핑으로 본다. 중국인들이 트럼프와 공감하는 이유는 그가 경제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상하이 진장호텔에는 1972년 2월 27일 닉슨과 저우언라이가 상하이 공동 성명에 서명했던 곳으로 퇴색한 건배 사진이 걸려 있는데 지금 보면 언제 저런 일이 있었나 싶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소회였다.
하지만 지난달 페루 APEC 정상회담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은 “핵무기 사용 결정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유지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합의했다.
탄소 배출 1,2위국인 중국과 미국은 2050년까지 배출량 0에 합의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촉구했다.
특히 1972년 양국의 공동의 적은 러시아였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아닌 무질서로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무질서로 무너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양국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질서로 무너지는 국가는 중동의 리비아, 예멘, 수단, 레바논, 시리아, 소말리아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우방국,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도 많다.
IMF, 세계은행과 협력하는 미국과 중국만이 이런 무질서를 막을 자원, 권력, 영향력이 있다.
프리드먼은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거듭 “왜 중국이 푸틴의 러시아와 이란 같은 패배 국가들과 어울리나.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어떻게 중립이 가능한가”고 도발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같은 살인적인 도둑의 가치에 의해 형성된 세상에서 중국이 번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근본주의 이란처럼 또 다른 무질서를 조장하고 분열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글로벌 사우스 또는 중국만이 형성하는 세상에서 중국이 번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내가 트럼프라면 ‘닉슨이 중국에 간다’는 움직임을 모색할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을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고 미중간 긴장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안정적인 21세기가 되려면 미중이 협력해야 한다”며 “미중간 경쟁과 협력이 완전한 대립으로 바뀌면 양국을 기다리는 것은 무질서한 21세기일 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