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대신 캐나다 물건 사달라” 트뤼도 호소…분노한 캐나다 국민들 동참
NHL 경기장서 美 국가 연주되자 분노한 팬들 야유에 국가 중단도
상품 진열대에서 미 제품 사라지고 “캐나다 물건 사자” 배너 붙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에 부과한 25%(에너지에 대해서는 10%)의 관세가 4일부터 발효되고,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더이상 농담으로 치부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캐나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캐나다도 미국에 반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BBC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관세는 미국의 물가도 끌어올려 미국인들도 고통을 받겠지만, 캐나다는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으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게 “힘들겠지만 서로를 위해 그리고 캐나다를 위해 힘을 합쳐줄 것”을 부탁하며 “지금은 캐나다를 선택해야 할 때다. 미국 제품 대신 캐나다 제품을 구매해 달라”고 호소했다.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연대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미국산 제품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 돌기 시작했다. 식료품점 등 상점들에는 진열된 제품에 ‘캐나다산'(made in Canads)임을 알리는 라벨이 붙기 시작했다.
미국 여행 계획을 위소하거나, 앞으로 다시는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캐나다 작가 세스 클라인은 2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블루스카이’에 “어제 트럼프 관세에 대응, 미국으로 가려던는 가족 휴가를 취소했다. 예매했던 기차표 취소로 손해를 봤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온타리오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등 몇몇 주(州)들에서는 상품 진열장에서 미국산 주류와 주스 등이 철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국산 제품 철수는 특히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 주)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한편 1일 미네소타 와일드와 오타와 새너터스 간 미 프로 아이스하키(NHL) 경기가 열린 오타와에서는 경시 시작 전 미 국가가 울려퍼지자 분노한 캐나다 팬들이 야유를 퍼부어 국가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밴쿠버에서도 밴쿠버 캐너크스와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간 미 프로아이스하키(NHL) 경기가 시작되기 전 미 국가가 연주되자 미국의 높은 관세 부과에 분노한 캐나다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한 캐나다 국민들의 분노와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관세 부과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캐나다가 미국이 관세 부과의 직접적 이유로 거론한 펜타닐 불법 거래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관세 부과가 오래 지속될 수록 그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캐나다는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고, 실업률은 7%를 넘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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