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원이 20일 트럼프의 충복인 캐시 파텔 FBI국장에 대한 인준안을 박빙으로 통과시켜 미국 정부 최고의 수사 책임자로 올려놓았다.
파텔에 대해 민주당은 그의 자질이 의심스럽고 앞으로 트럼프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서 공화당의 정적들을 잡아 들일거라며 끝까지 반대했지만, 결국 51대 49의 찬성으로 표결이 끝나 그의 인준을 막지 못했다.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에서 이 인준 투표가 실시 되기 직전 민주당의 딕 더빈 상원의원( 일리노이주)은 상원의원들에게 ” 이 보다 더 최악의 선택은 상상할 수도 없다” 며 우려를 표하고 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공화당원 가운데 인준을 거부한 사람은 수전 콜린스의원( 메인주)과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 (알래스카주) 단 2명 뿐이었다.
트럼프에게만 충성하면서 그 동안 FBI를 격렬하게 비난해 온 파텔이 최고 수장으로 임명돼면서 가뜩이나 혼란 스러운 FBI 는 더욱 거센 폭풍에 휘말리게 되었다.
가까스로 인준을 받은 파텔 신임국장은 인도계 이민자 2세로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국가정보국 부국장,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테러 선임 국장 등 안보 분야의 요직을 역임했다.
2024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파텔을 차기 FBI 국장으로 지명했으며, 파텔은 “뛰어난 변호사이자 수사관이며, 부패 척결에 앞장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파텔은 친러시아 성향의 영화사로부터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있었다. 그는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영화사 ‘글로벌 트리 픽처스’로부터 2만 5천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한달 동안 트럼프의 법무부는 FBI의 고참 국장을 비롯한 상당한 인원을 강제로 축출했고 수사국에게 일찌기 없었던 무리한 요구들을 쏟아냈다.
그 가운데에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이 수사에 참여했던 모든 FBI수사관들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요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파텔은 그 동안 FBI의 개혁의지를 밝혀 오면서 “워싱턴 정치의 흔적을 없애고 지난 20년 동안 국내 정치와 안보위협에 대한 수사에 전념하던 것을 앞으로는 전통적인 범죄와의 전쟁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무성했던 시기였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텔은 트럼프가 평소에 하던 비난과 반대파 척결 의지도 재방송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경고도 강화했다. 임명 전부터 앞으로 연방 정부안과 언론계의 “반 트럼프 음모자들”을 추적해서 잡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파텔은 상원 인준뒤 X에 올린 글에서 오랜 전통의 FBI의 9대 국장에 인준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인사를 했다.
그는 “미국민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명성을 갖춘 FBI를 가질 자격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사법 제도는 그 동안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정치화 해왔다. 오늘 부터 그런 일은 끝났다”고 밝히고 앞으로는 “좋은 경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그 동안 민주당의 바이든 정부가 보수파 정객들에 반대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범죄 수사를 강화한데 대해 분노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파텔을 지지하면서 적절한 임무에 임명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인사 청문회를 맡은 상원 법사위의 척 그래슬리 위원장은 파텔의 인준 직전에 “의회와 대통령, 무엇보다도 납세자인 미국민들에게 투명한 FBI를 만들어 줄 적임자”라며 지지 발언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파텔이 전임 FBI국장들에 비해서 행정 경험이 없는 데다가 그 동안의 선동적인 문제 발언들을 볼 때 판단력 조차 의심스럽다며 반대했다.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 코네티컷)은 “오늘의 투표는 찬성표를 던진 모든 사람의 악몽이 될 것이란 점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그들은 이 날의 투표를 후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일 상원 법사위 소속의 민주당 의원 6명은 FBI 본부 건물 앞에 모여서 파텔의 인사를 철회하라는 최후의 의사 표현을 했다.
애담 시프 의원( 캘리포니아주)은 ”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임무와 직책에 맞는 인성이 결여된 자, 수사 책임자의 통찰력도 없는 자이다. 그건 우리도 알고 공화당 의원들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파텔은 지난 4년 동안 수 백회의 인터넷 글과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서 트럼프에 대한 범죄수사를 맡은 사람들을 “범죄 집단 깡패들”이라 욕하고 1.6 의사당 폭도들을 “정치범 “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는 FBI 본부는 앞으로 폐쇄해서 이른바 ‘딥 스테이트’ (deep state. 민주주의 제도 밖에서 암약하는 권력집단)의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1월의 의회 청문회에서 그런 말들은 민주당이 자신의 말들을 짜깁기하고 왜곡해 퍼뜨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전정부의 관리들을 “적의 명단”에 올려놓았다는 비난은 완전한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사로 돌아가는데에는 관심도 욕심도 없으며 인준되더라도 FBI의 정치화나 보복행위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파텔은 지난 11월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의 임기가 2017년 트럼프가 임명한 뒤로 아직 남아있는데도 트럼프에 의해 신임 FBI국장으로 지명되었다.
트럼프는 레이 국장이 그 동안 트럼프의 마러라고 저택을 압수 수색하고 국가기밀문서 유출에 관한 사건들 2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데 대해 격노해서 무리한 경질을 한 것이라고 비난을 받아왔다.
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이며 이는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수사기관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트럼프의 인사로 그 전통은 깨어졌다.
트럼프는 아직 임기가 7년이나 남은 제임스 코미 국장을 해임하고 레이를 임명했지만, 이번에 다시 그를 임기전에 사임하도록 하고 파텔을 임명했다.
파텔이 인준을 기다리는 동안 FBI는 트럼프가 임명한 국장 대행 들이 지휘하고 있었다.
2월 3일까지 사임 통보를 받은 간부 중에는 범죄 및 국가 안보 수사를 감독하는 관리자나 전국의 지방 사무소 최고 요원들도 포함되었고 앞으로도 일부 요원들에 대한 추가 해고가 예상되고 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