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제롬 파월 의장의 해임을 거론하자 달러는 3년 만에 최저치로, 금값는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국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간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높았던 달러를 매도하고 금으로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5분 기준 달러 지수(DXY)는 전날 대비 1.05% 하락해 98.33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달러 지수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6개 주요 외국 통화(유로·일본 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와 비교한 값으로,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달러 약세, 100보다 높으면 달러 강세를 뜻한다.
같은 기간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오후 3시 38분 기준 현물 금 가격은 1.91% 상승한 온스당 3.391.06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도 2.22% 오른 3402.50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값 상승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 커진 지정학적 위험, 강력한 중앙은행의 수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달러 약세와 금값 상승 속 미국 국채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10년물 금리는 4.356%로 0.67% 상승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매도가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프랑스 세계적인 종합 금융 그룹 BNP파리바의 아시아 외환 전략가 파리샤 사임비는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전형적인 패턴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외환(FX)과 금리 시장 간 상관관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기침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고 관세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산 운용 업체인 BNY의 전략가 위쿤 총은 자사의 iFlow(글로벌 자금 흐름을 실시간 분석하는 툴)를 통해 달러 유출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해임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압박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파월 의장이 관세 정책으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재차 드러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파월의 해임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며 교체론을 띄웠다.
급기야 “내가 요구하면 그는 나갈 것이다”라며 해임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백악관에서 파월 의장 해임이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과 참모들은 그 문제를 계속 연구할 것이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