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불법 체류자 편에 서면서 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날 캘리포니아 최대 노조인 서비스 부문 노동조합(SEIU) 데이비드 휴에르타 회장이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5만 달러(약 68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휴에르타 회장은 연방 요원들의 이민 단속을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노조 측은 휴에르타 회장이 “시위를 지켜봤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곳에서 불과 약 1㎞ 떨어진 곳에서 간호사, 청소부, 경비원 등 SEIU 노조원들이 로스앤젤레스(LA) 그랜드파크에서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다. 다른 노조도 SEIU 또는 연방 요원들의 급습으로 체포된 이민자들에 대해 연대를 표했다.
WSJ은 이번 시위가 노조와 트럼프 행정부 간 관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노조원들과 달리 노조 지도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을 핵심 지지층으로 두고 있다. 노조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는 것은 노조 내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그랜드파크 시위에 참여한 항공사 승무원인 매디슨 아르기조(34)는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일을 하고 있다”며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잘못되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SEIU는 다수의 이민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미국 최대의 노조 단체인 미국노동연맹 산별조직회의(AFL-CIO) 대변인인 스티브 스미스는 “서류를 갖추었는지 관계없이 당신은 노조원이 될 수 있다”며 “노조는 우리가 대변하는 자들을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인구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노동력의 3분의 1을 이민자가 차지한다. 이는 이민자가 미국 전체 노동력의 18%를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캘리포니아의 불법 이민자 대부분은 1980년대, 1990년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미국에 도착했다. 당시 멕시코 경제는 위기를 겪었고, 중미 지역 국가들은 내전으로 혼란에 빠졌었다.
20세기 노조 지도자들은 이민자들이 조합원들의 생계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조업 쇠퇴로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약화하면서 노조는 새로운 조합원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1980년대 LA에서 청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화를 확대한 SEIU가 대표적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노조의 시각은 인구 구성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로리 차베스 디레머 노동부 장관 지명은 디레머 장관의 아버지가 속했던 전미트럭운전사노동조합(Teamsters)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디레머 장관 아버지는 트럭 운전사 출신이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회장은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당시 후보에 반대했지만,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차량 관세 부과에 박수를 보냈다. 반면 공공부문노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정부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