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 아동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카리브해 섬에 “방문하는 영광을 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엡스타인의 초대를 거절했다면서 그같이 말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 섬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트럼프의 발언이 자신과 엡스타인의 오랜 관계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부인하고 회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근거도 없이 클린턴이 방문했다는 음모론으로 자신에게 집중된 여론의 초점을 돌리려한다고 꼬집었다.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가 “나는 그 섬에 간 적이 없고, 빌 클린턴은 거기에 몇 번 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속한 리틀 세인트 제임스와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라는 섬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유명 인사들을 접대하며 미성년 소녀들을 성매매 목적으로 유인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트럼프는 이어 “나는 그의 섬에 가는 영광을 누린 적이 없고, 실제로 나는 그 초대를 거절했다. 그러나 팜비치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섬에 초대받았다. 그때 나는 아주 좋은 결정을 한 것이다. 나는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그 섬들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으며,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를 몰랐으며 엡스타인을 만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질문을 받은 클린턴의 보좌관은 클린턴은 엡스타인과 마지막으로 접촉한 것이 20년 전이라고 밝혔다.
클린턴은 2002년 아프리카 방문의 일환으로 엡스타인이 소유한 개인 전용기를 이용하면서 언론이 집중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엡스타인의 범죄 혐의에 연루된 적이 없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하던 1993년~1997년 사이 엡스타인 비행기에 탑승한 기록이 7번이나 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이 엡스타인과 자신의 관계가 결렬된 이유로 밝힌 설명과 달리 설명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엡스타인이 “기분 나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트럼프가 마러라고 클럽 출입을 금지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엡스타인이 자신의 직원을 빼갔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몇 년 동안 제프리 엡스타인과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부적절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직원을 빼갔고, 나는 ‘다시는 그러지 마라’고 했는데 또 그랬다. 그래서 그를 내쫓았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나는 그를 쫓아냈고, 그걸로 끝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어떤 직원을 지칭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엡스타인 성매매 조직의 피해자로 지난해 자살한 버지니아 주프레가 마러라고에서 스파 직원으로 일하다가 엡스타인의 세계로 끌려갔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2004년 사이가 틀어졌는데 당시 파산한 상태로 시장에 나온 팜비치의 해변 저택을 사들이려 경쟁한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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