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영주권과 시민권, 망명 등 이미 심각한 적체를 겪고 있는 이민 관련 신청 처리에 추가적인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전직 연방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 산하 사기탐지·국가안보국(Fraud Detection and National Security Directorate·FDNS) 소속 이민 담당관 수백명이 각 주의 유권자 자료를 분석해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등록했는지 확인하는 업무로 재배치됐다고 보도했다.
FDNS는 시민권과 영주권 등 각종 이민 신청 과정에서 허위 정보나 사기 가능성, 국가안보 및 공공안전 위험을 조사하는 USCIS의 핵심 부서다.
전직 당국자들은 직원들이 선거 관련 업무로 이동하면서 기존 이민 신청서에서 허위 정보나 보안상 위험을 찾아내는 심사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가디언도 USCIS 내부 서신을 입수해 FDNS 이민 담당관들이 두 가지 ‘최우선 업무’에 전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난민 심사이며 다른 하나는 이른바 ‘불법 유권자(unlawful voter)’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가디언이 확인한 내부 메시지에는 “모든 FDNS 이민 담당관이 두 가지 최우선 USCIS 업무 가운데 하나에 풀타임으로 재배치됐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망명 담당관 교육 등에 FDNS 인력을 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USCIS는 이번 인력 재배치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상적인 업무라는 입장이다.
USCIS 잭 칼러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국토안보부(DHS)는 각 주와 협력해 합법적으로 유권자 기록을 확보하고 이를 USCIS 정보와 교차 확인해 불법적으로 유권자 등록을 했거나 미국 선거에서 불법 투표한 외국인을 찾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칼러 대변인은 가디언에도 FDNS가 “사기를 방지하고 이민 시스템의 무결성을 유지하며 국가안보와 공공안전 위협을 탐지하기 위해 다양한 심사 업무를 수행한다”며 “여기에는 선거의 공정성과 난민 심사 등 여러 우선순위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시민권자의 불법 투표를 찾아내기 위해 연방정부 조직을 광범위하게 동원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여러 주의 유권자 명부에서 약 27만8,000명의 비시민권자가 불법적으로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5만명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등 4개 주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수치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네바다주의 경우 국토안보부가 처음에는 최대 1만6,000명의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등록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주정부에 실제 확인된 숫자는 185명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NPR과 KPBS는 25일 국토안보부가 앞서 공개했던 비시민권자 유권자 관련 숫자가 부풀려졌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연방정부가 제시한 상당수 명단은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잠재적 일치 사례였다는 것이다.
프로퍼블리카 역시 지난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국토안보수사국(HSI)까지 동원해 비시민권자 투표를 조사했지만, 전국적으로 실제 형사기소로 이어진 사례는 수십건에 불과했으며 유죄 판결은 이보다 더 적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선거 관련 조사에 이민 심사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이미 심각한 USCIS의 업무 적체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악시오스가 이달 초 USCIS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시민권과 영주권, 취업허가 등 주요 이민 신청 가운데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수는 약 750만건에 달한다. 망명과 취업비자, 인도적 체류 신청 등을 포함하면 전체 적체 규모는 1,21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민권 신청 처리 기간은 2024년 6월 약 5개월에서 올해 6월 약 10개월로 두 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 신청의 사기 여부와 국가안보 위험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던 FDNS 직원들이 선거 관련 조사로 빠져나가면서 합법적인 이민 절차를 밟고 있는 신청자들의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인력 재배치를 트럼프 행정부가 법무부와 국토안보부, USCIS 등 연방정부 기관을 동원해 비시민권자의 불법 투표를 찾아내려는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