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투자 확정을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 좀처럼 한국을 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500억 달러 이상 투자를 기정사실처럼 발표한 데 이어 JD 밴스 부통령도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은 결국 성사될 것”이라며 한국의 참여를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5일 알래스카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아직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하며 한국도 그 점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아직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밴스는 사업 자체는 성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건설을 원하고 있다며 미국산 천연가스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투자 확정 여부와 사업 추진 여부를 사실상 분리해 놓고, 한국과의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구체적인 투자액이나 최종 투자 결정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사업의 상업성과 경제성을 먼저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국이 합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자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말하며 사실상 투자 참여를 종용했다.
AP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경제성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한국의 참여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사업 자체의 막대한 자금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극권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하기 위해 약 800마일,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과 LNG 액화·수출 시설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는 약 445억~545억 달러로 추산된다.
사업 시행사 글렌파른은 아시아까지의 LNG 운송비가 미 걸프연안에서 출발할 때보다 크게 낮아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막대한 초기 건설비와 비용 초과 가능성 때문에 경제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현재 확보된 LNG 구매 물량도 대부분 구속력이 약한 단계이며, 본격적인 프로젝트 금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 구매 계약과 투자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한국이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밴스 부통령까지 한국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알래스카 LNG 사업을 실제 착공 단계로 끌고 가기 위해 한국을 핵심 자금·수요처로 붙잡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밴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투자 확정’ 주장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이미 “결국 하게 될 사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를 둘러싼 한미 간 온도 차가 다시 한번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