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가 갈수록 선명해지면서 전세계 각국이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중국을 변화시키기보다 이기길 원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기사 요약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대중국정책을 급격히 전환시켰다. 중국을 설득해 서방처럼 변화시키겠다는 45년에 걸친 정책을 던져 버렸다.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확대를 제재와 관세로 억누르는 트럼프 정부 전략은 시진핑 체제에 합당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급진파와 기술대기업 출신 보좌관들의 바보같은 잘못된 대응이 빈발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에게도 놀라울 정도로 바이든 정부가 전반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고 있다. 대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과 경쟁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이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억제는 현재 여러 정권에 걸친 모든 정파의 지지를 받는 전략으로 냉전 이래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이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팀은 오래도록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이 아태지역을 지배하고 세계질서를 유리하게 재편할 것이라고 믿는 중도우파 국제주의적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경쟁주의자’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인도태평양 코디네이터, 로라 로젠버거 중국 및 대만 담당 NSC 선임국장 등이 그들이다.
모두의 생각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대중정책에 반대하는 당국자들도 많다. ‘포용론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주의자’ 편이다. 브루킹스연구소 토마스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경쟁주의자들은 미국이 중국과 장기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중이며 미국이 이겨야 하지만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위기감을 갖고 있으며 힘들지만 전략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큰 게임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미국 모두 변하고 있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2012년 이래 중국 공산당은 군사력을 증강하고 국내 압제를 강화하고 서방 주도 자유무역 시스템과 법치, 보편적 인권을 훼손해왔다. 수십년 동안 중국이 결국에 2차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다원적 경제시스템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은 사라졌으며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결코 미국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공격을 받는 국제 시스템을 방어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권위주의에 맞서는 인간의 본성을 뒷받침하는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주의자들은 미 정치내 좌파와 우파 모두가 경원하는 중도주의 외교관들이 중심이다. 이들은 다음 정부가 누가 되던 장기적 대중국 정책이 유지되도록 시도하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경고사격을 했다. 취임하는 날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 매튜 포틴저 부보좌관과 트럼프 정부 당국자 25명을 제재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였다. 트럼프의 정책을 지속하면 똑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트럼프 시절의 잘못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했다.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 일 말이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코로나 팬데믹 중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가 미국에서 커졌다. 진보파를 소외시켜 미국정치를 분열시킴으로써 대중국 정책에 대한 양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힘들었다. 바이든 정부는 국내 정당은 물론 해외 각국의 지지 없이 중국을 상대하기에는 중국이 너무 크고 강력하다는 것을 알았다.
바이든 정부의 경쟁주의자들은 새 대통령이 의레 해오던 정책 재검토를 하지 않는 대신 동맹국들을 찾아다니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동참하도록 설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호주, 한국 지도자와 대화한 뒤에야 시주석과 통화했다. 우호적 분위기에서 이뤄진 통화에서 시주석은 두 사람간 옛 인연을 거론하며 개인적 친분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시주석이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어려움을 트럼프 정부의 잘못 때문이라며 공격하던 입장에서 벗어나길 정말로 원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국자들은 빠르게 우호적 관계로 복원하기가 어려움을 분명히 하려 했다. 바이든은 시주석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 했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만 오랜 친구 사이는 아니다. 업무적 관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17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 바이든 정부는 홍콩 민주주의 탄압을 이유로 중국 공산당 인사 24명을 제재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장에서 미국이 중국의 홍콩, 대만 정책과 사이버 공격 및 경제적 압박을 우려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측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장관은 거칠게 반응했다. 양제츠는 기자들 앞에서 내내 “흑인 학살” 등 미국의 인권문제를 비판했다.

두 나라는 강경하게 맞서면서 관계를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뒤에 문서로 전한 요구사항에서 중국이 절대 허용할 수 없는 핵심 관심사를 바이든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국자들은 “막후에서 양제츠와 왕이는 미국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도록 하기 위해 회담에 나왔다”고 했다. 회담은 성과없이 끝났고 미국은 회담 뒤 3일만에 위구르인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했다.
경쟁주의자들은 미국 관료들, 기업인들, 연구소와 대학의 중국 전문가들이 규칙이 바뀐 사실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캠벨 NSC 코디네이터가 “포용정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이유다. 미국의 대중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는 많은 주요 국제문제에서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기후변화나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다른 문제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은 곧 자신들이 해결해야할 수많은 다원적 과제들에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들이 내부에서 대중국 강경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대표적 포용론자인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양제츠를 보스톤의 자택으로 초대해 중국이 COP26 환경정상회의에 참가도토록 하려 했다. 케리가 중국을 오가는 동안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을 제재해 그의 노력을 무산시켰다. 중국 당국자들은 케리에게 이런 분위기에선 협력할 수 없다고 했고 케리는 공개적으로 제재 조치에 불만을 밝혔다.
미국 정부내 이견을 중국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 7월 경쟁주의자가 아닌 웬디 셔먼 미 국무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냉대했다. 중국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펑 외교부 차관이 셔먼 부장관에게 “미국이 중국을 ‘상상속의 적’으로 만들어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경쟁주의자들의 입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시절 NSC에서 일했고 오마바 시절 국방부에서 일한 매튜 터핀은 “포용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포용정책은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가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주의자들과 포용론자들의 대만 접근법은 정반대다. 경쟁주의자들은 대만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균형이 중국쪽으로 크게 기울었다고 생각한다. 시주석의 발언은 그가 임기중 중국과 대만을 통일하려 한다는 우려를 일으켰다. 경쟁주의자들은 호주, 영국과 오커스 동맹을 결성했다.
이런 식으로 바이든 정부는 한발한발 대중국 강경책을 구축했다.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포괄적인 정책이다.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과의 외교적 군사적 관계를 다지면서도 중국과 채널은 열어 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체츠와 블링컨이 지난 10월 취리히에서 만났다. 공식적인 비난은 더 이상 없었다. 여러 이슈들을 논의했으나 진전은 크게 없었다. 두 사람은 결국 통역만을 대동한 채 1대1 회담을 했다. 이 회담이 11월 15일 바이든-시진핑 회담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전략적 안정”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담에 대해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은 높아진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한다.
그러나 곧바로 긴장이 높아졌다. 12월초 미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고 양국의 비난전이 재개됐다.
바이든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중국이 서방에 대항하는 시주석의 정책을 추구하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한다. 미 정보당국 평가에 따르면 시주석은 중국을 국제사회의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권위주의 시스템의 우월성을 입증하려 한다. 시주석은 실제로 바이든과 회담에서 민주주의는 오늘날의 급속히 변화하는 복잡한 세상에 대응하기엔 너무 느리고 분열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일 밝혔다.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대중국 강경책을 지지하고 있다. 과거의 대중국 정책이 희망적 사고에 빠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를 원한다. 우리는 중국과 분명 경쟁하고 있으며 경쟁에서 이기길 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