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인도 수도 델리에 사는 시민들의 수명이 대기오염으로 거의 10년 단축될 수 있다고 미국의 시카고대학 에너지정책연구소(EPIC)가 밝혔다고 영국 BBC가 14일 보도했다.
이날 EPIC가 발표한 대기질 생활지수에 따르면 또 인도 전체 국민들의 평균 수명도 현재의 대기질 수준에서 5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13억 인구는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 수준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 한계치 5㎍/㎥를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수백만명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나쁜 공기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
보통 겨울 동안 인도의 도시들을 뒤덮는 스모그로 가득 찬 공기는 미세먼지 PM 2.5 농도가 매우 높아 폐를 막히게 하고 많은 질병들을 일으킬 수 있다.
대기질 생활지수는 또 인도 북부에 거주하는 약 5억1000만명(인도 전체 인구의 약 40%)의 사람들의 경우 현재의 오염 수준이 계속되면 평균수명이 7.6년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WHO가 정한 안전 기준으로 오염 수준을 낮춘다면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약 2억4000만명이 기대 수명을 10년 늘릴 수 있다고 EPIC는 밝혔다.
EPIC는 한편 2013년 이후 전 세계 오염의 약 44%가 현재 세계에서 2번째로 오염된 국가인 인도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WHO가 정한 안전 기준 5㎍/㎥의 8배인 40㎍/㎥를 안전 기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런데도 전체 인구의 63% 이상이 이를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지난 2019년 인도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0.3㎍/㎥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보고서 집필자 중 한 명인 마이클 그린스턴은 “만약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입해 지구인들의 수명을 2년 이상 단축시킬 물질을 뿌린다면 전 세계적 비상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그 물질을 뿌리는 것이 외계인이 아니라는 점만 제외하면 인도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지역들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PIC는 인도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기대수명 측면에서 “인도인의 삶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1998년 이후 61.4%나 급증한 미세먼지 오염은 기대 수명을 약 2.5년 단축시키는 흡연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인도의 대기오염이 증가한 것은 주로 산업화와 경제 발전, 그리고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 때문이다. 이 기간 인도의 도로를 운행하는 차량 수는 약 4배 증가했다.
EPIC는 그러나 인도 정부가 미세먼지 20∼30% 감축을 목표로 대기오염과 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인도 정부가 미세먼지를 25% 줄인다면 전국 평균수명이 1.4년, 델리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2.6년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