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리남 전 독재자가 자취를 감추며 수리남이 혼란에 빠졌다.
가디언, AP통신 등은 데시 바우테르서(78) 수리남 전 대통령이 1982년 15명의 정적을 학살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은 뒤 실종됐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바우테르서는 휘하 군인들을 통해 변호사, 언론인, 교수 등 16명의 반대파 인사를 납치하고 그중 15명을 수도 파라마리보에서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9년과 2021년에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했고, 지난해 12월 20일 최종 판결에서 20년 징역형을 받았다.
대법원은 바우테르서의 나이를 고려해 현재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을 내렸으며, 더 이상 상소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재판이 시작된 지 16년, 학살 후 41년 만이다.
‘12월의 살인’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바우테르서는 학살에 대한 일부 ‘정치적 책임’을 제외한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그에게 구치소 출두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12일 늦은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그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의 아내 잉그리드 바우테르서-발트링은 자택 앞에 몰린 기자들에게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일관하며, “그는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이어 바우테르서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법 당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바우테르서는 1980~1987년 군사 쿠데타를 통해 군부 독재자로 집권했다. 2010년에는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재선에 성공해 2020년까지 집권했다. 2020년 정권 교체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나, 현재까지도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의장직을 맡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의 실종으로 수리남 전체가 혼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62만가량의 작은 남미 국가 수리남은 넷플릭스 영화 ‘수리남’의 배경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바우테르서는 ‘수리남’에서 등장하는 마약 거래 가담 대통령의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 네덜란드에서도 마약 밀매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수리남 법에 따라 네덜란드로의 인도를 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