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오는 9일 열릴 전승절 열병식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열병식 에어쇼 리허설에서 MIG-29 전투기 편대가 우크라이나 침공 상징인 ‘Z 문양’으로 비행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된 전승절(대독승전기념일) 열병식 리허설에서 미그-29 전투기 8대가 알파벳 Z자 모양으로 편대를 이뤄 크렘린궁 상공을 통과했다.
러시아군이 차량식별을 위해 그린 알파벳 Z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 가장 큰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전승절 열병식에서 ‘Z자 문양’이 등장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2차대전 당시 소련이 나치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기념식과 함께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고 있다.
전승절 열병식은 소련 시절에도 매년 열리는 행사는 아니었다. 연례행사로 부활한 건 1995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당시다.
그리고 2008년 푸틴 당시 러시아 연방 총리가 대규모 기갑 병력과 공중 퍼레이드를 추가하며 러시아 최대 연례행사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올해 전승절 열병식은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에 동원할 상당수 군 장비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거나, 투입 후 파괴됐기 때문이다.
먼저 지상군 군용차량은 지난해 35종류·198대가 동원된 데 비해 올해는 25종류·131대로 줄었다. 참가 병력도 지난해 1만 2천여명에서 올해 1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Rehearsals for Victory Day. Z flying above Moscow. The Immortal Regiment will also be on display all over Russia on 09. May and hopefully in many other countries 🤩 pic.twitter.com/9L9Wt6m123
— StarBoy 🥭 (@StarboyHK) May 5, 2022
또한 개량형 주력전차 ‘T-80BVM’, 다연장 로켓 발사기 ‘TOS-1 부라티노’, 복합 대공 방어체계 ‘판치르-S’도 동원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장비는 모두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기종들이다.
에어쇼에 등장할 공중전력도 크게 줄었다.
에어쇼에 참가하는 헬기는 지난해 23대에서 올해 15대로 줄었으며,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수호이-30 전투기와 수호이-34 전폭기도 투입되지 않는다.
포브스는 러시아가 공개한 열병식 순서를 토대로 지난해에 비해 열병식 규모가 35% 감축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푸틴 집권 이후 전승절 열병식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대외에 지도자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자리로 활용돼 왔다.
푸틴은 지난 2014년 크름(크림)반도 강제합병 뒤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파시즘을 물리친 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이번 전승절에 푸틴이 자축할만한 거리는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 침공 두 달이 넘었지만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닐뿐더러, 열병식에 보다 많은 군사 장비를 동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크라이나에 묶인 장비와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푸틴이 전승절 열병식에서 마리우폴 점령을 성과로 내세워 우크라이나 침공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면전을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