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며칠 이내에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대화로, 휴전으로 나아갈 돌파구 마련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며칠 이내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하리라고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실제 개전을 막기 위해 외교에 총력을 기울였다. 블링컨 장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 등이 나서서 서신을 교환하는 것은 물론, 다자 형식 등으로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침공을 목전에 뒀던 2월22일 라브로프 장관과의 외무장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침공이 시작되고, 러시아가 외교를 명확히 거부하는 모습이 보인다”라는 이유였다.
당초 미·러 외무장관 회담은 2월24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회담이 취소된 이후, 러시아는 회담 예정일이었던 24일 우크라이나를 본격 침공했다. 이후 처음으로 양국 외무장관이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정복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주적이고 독립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파트너는 계속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대화의 직접적인 주제는 러시아 억류 미국인 및 곡물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억류 중인 해병대 출신 폴 윌런, 운동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이 최우선순위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들은 옳지 못하게 구금됐고, 귀국이 허용돼야 한다”라며 “우리는 몇 주 전 그들의 석방을 가능케 할 실체적인 제안을 내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튀르키예(터키)·유엔 간 곡물 수출 합의를 거론, “우크라이나 곡물이 흑해로 선적되고 러시아가 이들 선박 통과를 허용한다는 약속을 지키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외교로 종식되리라는 점을 명확히 해 왔다”라며 “미국은 실행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러시아는 의미 있고 건설적인 방식의 관여에 준비돼 있다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런 태도가 조만간 바뀌리라는 환상은 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만약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우리는 이를 위해 미국의 외교적 역량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며 “동시에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