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올해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교착 상태’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최악의 경우엔 전선 일부 방어선이 뚫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1일 CNBC에 따르면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벤 배리 지상전 선임연구원은 3월 분석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최근 기세와 우크라의 무기 및 탄약 부족, 미국의 군사 지원 지연 등을 들어 이같이 관측했다.
이것은 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쟁 만 2년을 앞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국방 전문가 상당수는 올해 어느 쪽도 영토를 얻거나 잃지 않는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막대한 병력과 무기로 밀어붙여 우크라 방어선을 무너뜨렸고, 특히 요충지 아우디이우카와 인근 마을을 점령하는 등 의미 있는 전과를 올렸다.
배리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러시아군이 우크라가 전선 일부를 따라 구축한 방어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이 중단된 틈을 노려 우크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향후 몇 달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우크라 전선 일부가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아우디이우카 점령은 “올해 전쟁이 교착 상태를 보일 것이란 우크라의 지난해 말 평가가 낙관적이었을 수 있다”며 “많은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영토를 차지하려는 러시아의 의지와 포탄 생산량 증가는 서방이 우크라에 포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역학 관계는 전쟁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최근 지상전의 기세가 전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러시아가 5월 말에서 6월께 새로운 대공세를 펼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 공격을 막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전쟁이 유럽과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확전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무기를 시급히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배리 연구원도 러시아가 올 봄과 여름에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에 일련의 대규모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IISS는 러시아가 이미 수십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만큼 당분간 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순 5선을 확정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15만 명 규모의 정례 징집령에 서명했다.
배리 연구원은 특히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탄약, 로켓, 탄도미사일을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와의 화력에서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북한은 서방의 지속적인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무기 지원설을 부인하고 있다.
서방 역시 이런 위기감에 우크라 무기 지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지난달 5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 지원 기금을 합의했고, 미국 의회의 600억 달러 규모 군사 지원 패키지 승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그간 이 예산안에 발목을 잡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우크라의 애를 테웠지만,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은 최근 입장을 바꿔 부활절 휴회가 끝난 뒤 우선 처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